지방도 908호선은 군위군 산성면 삼산리에서 시작해 고로면 중심부를 지나 영천시 화북면을 거쳐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까지 경북의 중북부지역을 이어주는 도로다.
군위 산성면과 고로면 중심부를 관통해 영천과 청송을 잇는 지방도 908호선을 설명하려면 인각사와 삼국유사, 군위댐을 빼놓을 수 없다. 50, 60년 전 당시 고로면에는 자동차가 귀해 산림을 벌채하는 산판용 트럭(GMC)과 대도시의 사냥꾼들이 타고 오는 지프를 제외하면 지방도 908호선을 지나는 차는 구경도 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그만큼 고로지역은 오지였다.
◆군위댐 건설로 수장된 지방도 908호선 고로면소재지 구간
1950, 60년대만 해도 고로면의 인구가 7천 명일 정도로 산골치고는 적지 않은 규모였다. 지금은 5분의 1로 줄어든 1천400명에 불과하다. 당시만 해도 고로에는 5일장이 고로면소재지의 고로장과 석산리의 석산장 등 장이 두 군데나 들어설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고로장은 고로면소재지 인근의 주민들이, 석산장은 석산과 학암리, 영천시 화북면 주민들이 이용했다. 특히 석산장에는 소장수들이 왕래하면서 우시장이 형성돼 산골의 5일장 치고는 규모도 적지 않았다.
한때 고로면 인구 7천여 명과 영천시 화북면 일부 주민들이 지방도 908호선 신작로를 가득 메우며 찾던 고로, 석산 5일장도 인구 감소에 따른 농촌 황폐화로 지금은 폐쇄됐다. 이 무렵 고로면에는 초등학교가 3개(고로, 화수, 석산초교) 있었으며, 중학교(고로중학교)도 있었다. 그러나 1970, 80년대 이농에 따른 인구 감소와 군위댐 수몰 등으로 이제 석산초교가 유일하다. 석산초교는 학생 수가 12명(유치원 4명, 초교생 8명)에 불과한 초미니 학교다.
그 당시 석산초교를 다닌 김기태 고로면장은 "당시에는 석산초교 학생 수가 700여 명에 이르렀고, 고로장과 석산장에는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면서 "지금은 인구 감소에 따라 5일장이 폐쇄된 데다 군위댐까지 들어서면서 면소재지까지도 수몰돼 초미니 면으로 전략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고로면소재지는 2009년 12월 군위댐 담수가 시작되면서 고로면 중심부인 학성 1'2'3리를 비롯해 괴산 1리 일부, 장곡리 일부, 인곡 1리 일부 등 마을 곳곳이 수몰돼 이 일대 주민 270가구가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조상대대로 살아오던 전답과 토지를 댐에 수장시키고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다.
또 면사무소와 보건소, 고로초교와 고로중학교, 농협, 우체국, 파출소 등 기관들도 군위댐 물속으로 수장됐다. 이 때문에 고향을 떠나 이주한 270가구의 주민들은 친척들이 살고 있는 대구 또는 인근 중소도시와 역내 의흥'산성면 등으로 이주했고, 일부 주민들은 댐 상류인 석산, 학암리 등지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또 댐 건설 이후 고로면사무소와 보건소, 파출소 등 행정타운이 들어선 화북리에 수몰민 12가구가 입주키로 했다. 현재 7가구만 주택을 지어 입주한 반면 나머지 5가구는 입주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고로면사무소가 있는 행정타운은 면소재지나 다름없으나, 주민수가 7가구에 불과해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적은 초미니 면소재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뿐만 아니라 군위댐 건설로 인해 지방도 908호선 고로면 구간 17㎞ 중 학성리 등 면소재지 일대 5㎞ 구간도 수몰돼 지도에서 사라졌다. 지방도 908호선 고로 구간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도로가 개설돼 있었고, 비록 비포장된 신작로길이었으나, 고로면 지역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도로였다. 하지만 지금은 신설된 도로가 산기슭을 타고 댐 옆을 지나가고 옛길은 댐 속에 잠겨 흔적도 찾아볼 수 없고, 다만 고로가 고향인 사람들은 이곳을 지나며 옛길을 짐작만 할 뿐이다.
◆군위댐과 일연공원, 삼국유사 가온누리
군위댐은 댐 높이 45m, 댐 길이 390m의 콘크리트 표면차수벽형석괴댐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고로면 일대에 사업비 3천389억원(정비사업비 306억원 포함)을 투입, 2000년 착공해 12년 만인 2011년 준공했다.
군위와 의성, 칠곡군 등 경북 중북부지역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과 댐 하류 지역(위천)의 홍수 피해 경감, 소수력 발전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목적으로 건설된 군위댐은 저수 면적 2.65㎢, 총저수용량 4천870만㎥의 소규모 다목적댐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군위댐 건설로 수몰되는 도로와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방도 4㎞와 군도 4㎞, 리도 2.3㎞, 부체도로 6.7㎞를 신설했다.
이와 함께 학성교(380m) 등 크고 작은 교량 12개도 새로 건설했다. 군위댐으로 인해 군위군의 젖줄인 위천에는 하천유지용수로 일일 1만300㎥를, 농업용수로 일일 7천100㎥를 공급해 위천에는 항상 풍부한 물이 흐른다. 경북중북부지역에는 일일 8만7천300㎥의 생활'공업용수(군위군 2만㎥, 의성군 8천㎥, 칠곡군 5만9천300㎥)를 공급한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또 군위댐과 인각사 사이에 7만9천900㎡ 규모의 테마공원인 일연공원을 조성,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문화자연학습장을 만들었다.
일연공원에는 ▷문화유산의 방 ▷기억의 방 ▷오토캠핑장 ▷어화잔디마당 ▷바닥분수 ▷물환경놀이터 생태계류 ▷풋살장 ▷다목적구장 등 다양한 친수공간, 생활체육 기반 조성과 함께 지역적 특성을 모티브로 한 테마 공간을 조성했다. 이 밖에 기존 수림을 최대한 보존해 신설도로에 의해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고, 기존의 농지 1만9천900㎡를 활용해 좌안생태습지도 만들었다.
삼국유사 가온누리는 경북의 3대 문화권사업으로 추진된다. 군위군은 올해부터 2016년까지 총 사업비 1천373억여원을 투입해 의흥면 이지리 일대 92만9천900여㎡ 터에 '삼국유사 가온누리'를 조성한다. 삼국유사 가온누리 조성 사업은 삼국유사를 통해 한국 신화를 재발견하고 문화'관광산업과 접목해 민족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대표적 문화'관광 인프라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삼국유사의 신화, 문학, 설화, 놀이, 장소 등 다양한 콘텐츠와 문화산업을 접목한 문화관광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인각사, 학소대
지방도 908호선 도로 바로 옆에 있는 고로면 화북리 인각사(주지 도권 스님)는 신라 선덕여왕 11년(642)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기록과 신라 선덕여왕 12년(643)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기록 등 두 가지 기록이 있다.
신라 고찰인 인각사에서 고려 후기의 대표적인 고승인 일연(1206∼1289) 스님이 생애의 마지막 5년을 머물면서 민족의 고전인 '삼국유사'를 완성했다. 인각사는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 정신사의 성지(聖地)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인각사에는 일연 스님의 비석과 부도가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발굴 과정에서 다수의 국보급 유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인각사는 결코 우리나라에서 무수한 사찰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특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인각사는 요즘 2004년에 해체한 극락전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극락전 해체 당시 '심초석'이 발굴됐다. 특히 원신라기, 통일신라기, 고려 초기'중기'말기, 조선 중기'말기 등 7개 층의 문화층과 고려 때 '청동발우'(스님들의 공양 식기)까지 발굴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와 함께 2008년에는 국보급 금속유물 19점이 대량 발굴되기도 했다.
인각사도 군위댐 건설 계획으로 수장될 뻔한 위기가 있었다. 군위댐 건설 계획 초기에는 인각사 하류지역인 속칭 솔모리에 군위댐을 건설키로 했으나, 인각사와 불교계, 신도 등의 강력한 반대와 우여곡절 끝에 인각사 상류인 현재의 화북3리에 군위댐이 들어서게 됐다.
인각사는 매년 8월 '삼국유사문화축제'를 통해 일연 스님의 업적을 기리고 있으며, 올해는 주지 도권 스님이 지난 1년간 직접 각본을 쓴 뮤지컬 '수로부인'을 공연하기도 했다.
학소대는 지방도 908호선을 사이에 두고 인각사와 마주하고 있는 병풍처럼 길게 쳐져 있는 절벽바위다. 절벽 아래로 위천이 흐르고, 병풍처럼 아름다운 풍경의 학소대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학들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며 서식했다고 해 학소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학소대 좌우로는 송림이 우거진 석산이 자리 잡고 있으며, 주변의 경관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이 음풍영월하던 곳으로 전해오고 있다. 학소대는 두 가지 설이 전해오고 있다. 하나는 '학이 새끼를 키웠다'는 설과 또 하나는 '학소대 바위가 학의 부리를 닮았다'는 설이다.
인각사 주지 도권 스님은 "화북리에 사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50, 60년 전만 해도 학소대에서 동네 아이들이 새끼학을 만지려고 하면 어린 학이 아이들을 부리고 쪼곤 했으나, 지금은 농약 등으로 환경이 훼손돼 학이 거의 멸종된 상태"라고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글'사진 군위'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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