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루디샤(23'케냐)가 남자 800m에서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세계기록(1분41초01) 보유자인 루디샤는 30일 열린 남자 800m 결선에서 '백 스트레치'(Back Stretch)에 합류한 지점부터 결승선까지 단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친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레이스 내내 아무도 루디샤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경쟁자들에게 자리다툼이나 몸싸움을 걸 여지조차 주지 않았다. 한 바퀴를 남기고 3위로 달리던 유리 보르자코프스키가 선두로 치고 나오려고 했지만 루디샤는 허용하지 않았다. 2위로 달리던 아부바커 카키가 틈새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용납하지 않았다. 마치 조깅하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는 루디샤를 경쟁자들은 쫓아가기에 바빴다. 이날 승리로 메이저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딴 루디샤는 '중거리 황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루디샤의 금메달은 예견된 것이었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던 루디샤는 지난해 세계기록을 두 차례나 경신하며 세계를 경악시켰다. 지난해 8월 베를린 월드챌린지대회에서 1분41초09를 찍어 종전 기록(1분41초11)을 13년 만에 0.02초 앞당겼고, 1주일 뒤 이탈리아 리에티대회에서 이보다 0.08초 빠른 1분41초01로 우승했다.
루디샤는 스프린터가 될 운명을 타고났다. 아프리카 200여 부족 중 가장 호전적인 마사이족 출신인 루디샤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 1,600m 릴레이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아버자 대니엘 루디샤와 400m 허들 주자로 이름을 날렸던 어머니 나오미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프린터에겐 약점인 1m90의 큰 키지만 지구력과 스피드는 물론 120m 지점에서 레인 안쪽을 차지하는 몸싸움에도 능하다.
루디샤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데, 더운 날씨여서 뒤에서 달리면서 앞지르는 것보다 앞에서 자리를 유지하면서 이끌어가는 것이 더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지난해 영광스런 한 해를 보내다가 올해 들어 부상으로 고생했지만 1등을 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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