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오기 전 폴란드에 있는 여자 친구에게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어요."
30일 대구스타디움 관중석에서 이번 대회 남자 장대높이뛰기 챔피언 파벨 보이치에호브스키(22'폴란드)를 만났다. 그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에 출전한 자국 동료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장대높이뛰기 경기장 바로 앞 관중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관중들이 전날 금메달을 딴 그를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자 싫어하는 기색 없이 모두 응해줬다.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웃으며 사인을 해줬다.
우승 비결을 묻자 그는 "여자 친구 덕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여자 친구가 기뻐할 생각을 하니 더 잘할 수 있었다는 것. 이번 대회가 열리기 열흘 전부터 경남 거창에 훈련 캠프를 차려놓고, 금메달 담금질에 들어갔던 그는 "처음에는 시차 적응이 되지않아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결선에서는 폴란드 공항에 마중나올 여자 친구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줄 생각에 더 힘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메달을 딴 쿠바의 나사로 보르헤스가 마지막 시기에 5m95를 넘을까봐 사실 조마조마했다"며 "다행히 보르헤스는 실패했고, 2차 시기에 내가 먼저 5m90을 넘었기 때문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아울러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개인 최고기록인 5m91을 넘어 6m로 조국에 금메달을 안기겠다"고 자신했다.
보이치에호브스키는 처음 방문한 대구에 대해선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곳"이라며 "도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깨끗하며 경기장도 훌륭하다"고 했다. 인터뷰 동안 '인상적'(Impressive), '아름답다'(Beautiful)는 표현도 아끼지않았다.
폴란드 아타쉐(전담 통역원)를 맡고 있는 이성호(24'경북대 경영학과 2년) 씨는 "무명 선수라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금메달을 따 깜짝 놀랐다"며 "자신에게 충실하고 겸손하기까지 한 보이치에호브스키에게 매료됐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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