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제각각 방사성폐기물 처리 기준 손 봐야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에 반입된 원전 폐기물을 두고 폐기물관리공단과 월성원전이 여태 규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반입된 부적합 폐기물 464드럼을 무려 6개월이나 방치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반송 여부를 놓고 관계 기관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데도 이처럼 규정 타령이나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문제의 발단은 부실한 교육과학기술부의 고시다. 고시에는 잡고체 폐기물에 대한 별도의 고정화 요건이 없다. 하지만 방폐공단은 이미 2008년에 잡고체 등 비균질 폐기물의 경우 방사능 농도에 따라 시멘트로 고정화 작업을 거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월성원전에서 반입된 일부 폐기물이 이 규정을 어겨 반송 결정이 난 것이다. 고시에 없다는 이유로 원전 측이 반송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정부가 세부 사항까지 일일이 고시하지 못했다면 관리공단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설사 공단의 규정과 기준이 무리가 있더라도 안전을 먼저 생각해 확실한 처리가 요구되는 것이다. 과연 이번 사태가 월성원전의 주장대로 "시멘트 고정화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둘러대며 버텨도 될 일인가. 고시에 관련 기준이 없다고 방사성폐기물을 이처럼 허술하게 관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현재 방사성폐기물은 원전뿐 아니라 병원'연구소 등 국내 3천 군데 이상에서 처리시설로 반입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원전, 방폐공단의 제각각인 현재 관리 규정은 명확히 고쳐야 한다. 국가적 안전이 달린 문제인데도 정부와 원자력 관련 기관마다 규정이 제각각이라는 데 놀라지 않을 국민이 있겠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간과하다가는 똑같은 비극을 당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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