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숨은 영웅, 시민서포터스의 역할은 대회 지원에서 그치지 않았다. 각국 대표단들이 대구에 머무는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추억을 안고 떠날 수 있도록 문화관광 사절단 역할을 하고 있다.
◆"선수단 규모가 작더라도 귀한 손님이죠"
30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약전골목.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사모아에서 온 100m 달리기 선수 삼총아총(33) 씨는 한 떡집 앞에서 멈춰섰다. 우리나라 치마와 비슷한 사모아 전통의상 '라바라바'를 입고 타파 나무로 만든 목걸이 '울라'를 목에 건 채였다. 원주민 특유의 복장을 한 건 사모아 대표팀 임원 퐁 라라우 파울리 윌리(51) 씨도 마찬가지. 이들은 멥쌀가루에 막걸리를 넣고 부풀려 찐 '증편'을 맛보고는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윌리 씨는 "사모아에서 감자를 껍질째 벗겨 삶아 먹는 '타로'란 음식이 있는데, 이 떡과 비슷한 거 같아요"라며 신기해했다.
'초미니' 대표팀 사모아 선수와 임원 2명은 이날 동성로 거리와 약전골목 등지를 돌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이날 도심 관광은 입국 당시 대구 대명동 남광교회 청년부 신자들로 구성된 시민서포터스들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것. 시민서포터스들은 더운 날씨에도 열과 성을 다해 대구의 이곳저곳을 소개했다.
삼총아총 씨는 시민서포터스들의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수많은 서포터스들이 우리나라 국기를 흔들며 직접 국가를 불러줬거든요. 감격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죠"라며 입국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동성로 거리, 약령시전시관 등 이동하는 곳마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한국의 많은 모습을 담아가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보여주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31일 출국한 그는 "경치가 아름답고 친절한 시민서포터스가 있는 대구를 잊지 못할 것" 이라고 했다. 이곳에서의 추억과 시민서포터스들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생일 축하해요, 크리스틴."
아이슬란드와 모나코 대표단은 30일 저녁상을 대구 동구 한 호텔 한식당에서 받았다. 대구 신천 4동 주민들로 이뤄진 시민서포터스가 초청한 자리. 양국 선수 및 임원단 6명은 10여 명의 서포터스들과 마주 앉아 맥주를 곁들인 성대한 만찬을 즐겼다. 이 자리에선 아이슬란드 멀리뛰기 선수 토파슨 크리스틴(27) 씨의 즉석 생일파티도 벌어졌다. 이틀 뒤가 그의 생일인 것을 알고 서포터스들이 마련한 것. 케이크에는 촛불이 밝혀졌고 서포터스들과 두 나라 대표팀은 둥글게 모여서 큰소리로 생일축하곡을 불렀다. 크리스틴 씨는 "대회기간 중 생일이라 챙기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준비해줘서 감격했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양국 대표단은 한국 전통음식들에 대해 맛과 모양이 뛰어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신선로와 비빔밥 등을 맛본 모나코 선수단장 세바스티엔 가투소(40) 씨는"친절한 사람들, 쾌적한 도시 분위기, 맛있는 음식, 모든 것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매워요"를 연발하면서도 고추장이 들어간 비빔밥을 즐기던 모나코 임원 카펜티어 레미(25) 씨도 "모든 음식이 다 맛있지만 비빔밥, 갈비가 특히 맛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대구는 떠나기 싫은 도시가 됐다. 시민서포터스들에게서 선물 받은 전통북 모형을 손에 든 채 사람들과 기념사진을 찍어대던 아이슬란드 창던지기 선수 샬름스로흐티스 아우스디스(25'여) 씨는 "자연환경이 너무 좋고 사람들이 모두 공손하다. 모두 웃는 얼굴로 맞아줘 떠나기 싫다"고 아쉬워했다. 개막식 때 조수미 노래를 듣고 감동했다는 크리스틴 씨는 "한국은 여느 아시아 국가들처럼 작고 평범한 나라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부터 생각을 바꾸게 됐다"며 "꼭 다시 찾아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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