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의 에드나 키플라갓(케냐)은 여자 마라톤, 32세의 카멜리타 지터(미국)는 여자 1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둘 다 30세를 넘긴 노장이다. 그런데 키플라갓을 두고 '이제 시작'이라고 하지만, 지터를 두고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고 한다. 왜 그럴까.
평균적으로 마라톤 선수들의 선수 생명이 단거리 스프린터에 비해 5년 이상 더 길다. 갑작스런 근육 이용이 아닌 장기적으로 오랜 시간 사용해야 하는 근육들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마라톤이나 경보에 노장들이 즐비한 이유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최고 연령을 종목별로 분석하면 마찬가지 결과가 나온다. 1980년 이전 출생(만 31세 이상) 선수들을 추려보니 단거리에 비해 마라톤이나 경보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2배 가까이 많다. 특히 남자 경보 50㎞에는 출전 선수 48명 중 16명이 31세 이상이었다. 반면 여자 200m에서는 45명 중 2명만이 31세 이상이었다. 바하마의 데비 퍼거슨-맥켄지(1976년 1월생)와 미국의 카멜리타 지터(1979년 11월생)였다.
이처럼 마라톤과 경보에 노장들이 많은 이유는 사용되는 근육 때문. 사람 몸에는 600종류 이상의 근육이 있는데 짧은 시간에 강한 힘을 발휘하는 근육(속근섬유)과 오랜 시간 힘을 낼 수 있는 근육(지근섬유)이 따로 있어서다. 지근섬유는 운동 속도가 느리지만 잘 지치지 않는다. 반면 속근섬유는 산소를 이용하지 않고 근육의 에너지를 곧바로 쓰기 때문에 빠르고 강한 수축력을 가진다. 마라톤 선수가 오래 견디면서 달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근섬유 덕분이다.
이는 자동차 연비와 비슷하게 이해하면 적절하다. 연비가 높은 자동차는 같은 양의 에너지로도 더 멀리 갈 수 있다. 대신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야 하는 경우 연비는 떨어진다. 급발진으로 연비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선수 생명을 조율하는 부분이다.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도 여자 마라톤 선수인 콜린 드 로익(47'미국)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등 올림픽 무대를 숱하게 밟았다.
우리 대표팀의 최보라와 이숙정이 1991년생으로 최연소 참가자였다. 무려 27년 차이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는 2009년 우리 나이로 40세에 선수 생활을 마쳤다.
그러나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는 말처럼 단거리 스프린터 중에도 예외적인 선수가 있다. 멀린 조이스 오티(슬로베니아'1960년 5월생)다. 단거리 스프린터로는 믿기지 않는 나이인 51세의 오티는 이번 대회 출전이 무산됐지만 다음 대회를 기약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한 선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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