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멀리뛰기는 오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온 두 흑인 선수 간 경쟁에 떠오르는 백인 신예가 도전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간판 드와이트 필립스(34)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3차례나 정상에 오른 최강자다. 최고기록이 8m74로 마이크 파월이 1991년 세운 세계기록(8m95) 경신에도 가장 근접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필립스는 오랫동안 이 종목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2003년 파리 세계선수권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잇따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아테네 올림픽에서 기록한 8m59는 역대 올림픽 사상 4번째 좋은 기록이다. 이후 2005년 헬싱키 세계대회와 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적수를 찾기 힘들었다. 필립스의 장점은 빠른 스피드다. 100m를 10초06에 주파할 정도로 총알 같은 속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복근과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2007 오사카 대회는 동메달에 그쳤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는 참가조차 하지 못하는 등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2009년 미국 프리폰테인 클래식대회에서 개인최고기록인 8m74를 뛰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어빙 살라디노(28'파나마)를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만약 대구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쿠바의 이반 페드로소(4회 우승)에 이어 멀리뛰기에서 역대 두 번째로 금메달을 많이 따게 된다. 다만 올 시즌 최고 기록이 8m07로 부진한 점이 걸림돌이다.
필립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파나마의 어빙 살라디노다. 2004년부터 8m의 벽을 넘은 살라디노는 2007년 오사카 세계대회에서 1위에 오르며 최정상급 실력을 과시했다. 이듬해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1위에 오르며 조국 파나마에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올림픽을 마치고 그가 귀국할 당시, 수도인 파나마시티에서는 모든 관공서와 학교가 문을 닫고 환영식에 동참하기도 했다. 개인 최고기록도 8m73으로 필립스를 단 1cm 차이로 쫓고 있고, 올 시즌 최고기록도 8m40을 찍는 등 꾸준한 기량이 큰 장점이다.
'고압 전기' 미첼 와트(23'호주)는 흑인들 일색이던 멀리뛰기 종목에 혜성처럼 나타난 백인 스타다. 8m54인 올 시즌 기록만 감안하면 그야말로 세계 최강이다. 시즌 기록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올 들어 열린 12개 대회에서 10개 대회를 우승할 정도로 파죽지세로 날아오르고 있다. 100m에서도 10초31의 기록을 갖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스피드가 장점. 2009년 베를린 대회 동메달리스트인 와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동메달을 딴다면 실망할 것"이라며 남다른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남자 멀리뛰기 결선은 2일 오후 7시 20분부터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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