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콩나물 시루와도 같습니다. 콩을 담은 시루에 물을 주다보면 당장은 콩나물이 자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시루 가득 콩나물이 자란 것을 볼 수 있지요. 독서도 꾸준히 하면 자신도 모르게 삶의 양식이 차곡차곡 쌓이는 법입니다."
10여년간 독서의 장점을 알리기 위해 파워리더스클럽을 운영하는 정기원(51) 원장. 대구평화방송 총무국장이기도 한 그는 직장인으로서 쉽지 않지만 3일에 책 한 권을 뚝딱 읽어내는 독서광이다. 일년에 100여 권을 읽고, 10여년간 읽은 책이 무려 2천 권에 이른다. 평생 5천, 6천 권을 읽겠다는 행복한 인생목표도 정했다. 주로 처세술'경영학 등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지만 앞으로 인문학도 파고들 계획이다. 집이나 직장에서 항상 책 두 권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매일 새벽 5시30분쯤 일어나 10여분간 명상을 한 뒤 아침 식사 전까지 1시간가량 독서를 한다. 주로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며, 대구 수성구 지산동 집에서 중구 계산동 회사까지 걸리는 40여 분 사이에도 책을 놓지 않는다. 화장실 갈 때도 책을 갖고 가고 퇴근 후 집에서도 1시간 이상 독서를 즐긴다. 남는 틈새 시간을 책과 함께 하는 것이다.
"출근 후 관공서 등 업무관계로 차를 끌고 출장 갈 때도 책 두 권은 보조석에 함께 태우고 가죠. 운행 중 차가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춰 있을 때도 책을 펼쳐 두 쪽 정도는 읽어내죠."
휴일에도 한가로이 그냥 보내지 않는다. 주말엔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무더운 날에는 가까운 진밭골 개울가를 찾아 독서를 즐기기도 한다.
"독서와 친해지려면 책을 항상 몸에 지니는 게 중요해요. 처음에는 개인마다 성향이 다른 만큼 자기 입맛에 맞는 책을 골라 읽어보는 것도 괜찮죠. 이후 책 읽는 습관이 길러지면 자신의 인생관과 결부해 닮고 싶은 집단(참조집단)에 가입해 활동하면 지속적인 독서가 가능합니다."
한때 집에 꽂혀 있는 책들 중 읽지 않는 책은 몽땅 버린 적도 있다고 했다. 책은 읽기 위해 존재하지 장식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집에서 가정도서관을 만들어 4년째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방에 지금껏 읽은 장서 2천여 권을 비치해두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파워리더십 과정 회원들에게 무료로 책을 빌려준다. 책에 밑줄 긋기뿐만 아니라 자기 의견을 적는 것도 허용한다. 책을 통해 자연스런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골목 독서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거창한 도서관이나 구청 문화센터 건립보다 가정도서관이 오히려 대안입니다. 가정집을 활용해 주인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겁니다. 가정도서관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해 독자가 필요한 책은 서로 빌려주면 책의 다양성도 확보할 수 있죠."
지금까지 파워리더십 과정을 개설해 10여년간 수강생 수백 명을 배출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익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또 카네기독서천국 등 독서포럼 3곳에도 가입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단기적인 꿈도 있다. 2018년 명상센터를 여는 것이다.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에게 개방해 명상과 책을 통해 삶의 충전 장소로 제공하고 싶은 것이다.
그는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 전개하는 ME(결혼의 재발견) 봉사활동에도 8년째 몸담고 있다. 지산성당 ME 대표인 그는 신랑'신부의 행복한 인생이 되도록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주례도 15차례 섰지만 항상 주례 전에 예비 신랑'신부를 만나 서로에게 자신이 제일 싫은 것과 제일 좋은 것을 각각 5가지씩 적어내도록 숙제를 내죠. 주례 때 상대가 싫은 것은 긁지 말고 좋은 점만 칭찬하라는 주문을 합니다."
'하처불가독 하시불가학'(何處不可讀 何時不可學). 이는 퇴계 이황 선생이 독서와 배움을 강조한 구절이다. 어떤 곳이든 읽을 수 없는 곳이 없고, 어떠한 때라도 배울 수 없는 때가 없다는 뜻. 그는 성큼 다가온 가을에 한 권의 책이라도 읽는 매력에 흠뻑 빠져보기를 당부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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