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선수촌은 '지구촌 작은 마을'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시'도민들의 열광 속에 진행되고 있다.

우리 대구의 대회 조직위원회가 지난 3년 동안 준비한 체육행사이며 세계육상연맹의 99년 역사상 최대 규모, 최고 시설, 최다 선수 및 보도진이 참여하는 국제 체육 잔치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선수촌이다. 530여 가구 선수촌에는 202개 국가 3천여 명의 선수가 입촌해 있다. 선수들이 하나의 촌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종전에는 선수들이 한 단지에서 생활하지 않고 개최 도시의 여러 호텔에서 국가별로 서로 분리되고 격리된 생활을 하였다.

초국제적이고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스타디움에서도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대회 첫날 여성 마라톤과 10,000m 경기에서는 케냐 선수들이 금'은'동메달을 모두 차지하는가 하면, 남아공의 의족선수 피스토리우스는 400m 준결선까지는 진출했으나 결선 진출에 실패하고 다시 400m 계주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부정출발로 100m 9.58초의 기록을 깨지 못한 자메이카의 볼트 선수를 비롯해 쿠바의 로블레스, 미녀새 이신바예바 등 세계적인 선수들의 잇단 부진과 이변이 연속되고 있으며, 한국 선수들은 아직까지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육상의 역사가 짧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 대 선수, 국가 대 국가가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 이제까지 넘지 못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환희의 함성이, 때로는 실망의 한숨이 교차하며 경기결과에 따라 색이 다른 메달이 수여되고 국기가 오르고 내린다. 그럴 때마다 해당국가의 응원단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메달은 중요하다. 개인의 명예나 국가의 위상 등을 생각하면 메달의 수와 색채가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은 비본질적인 것일 수 있다. 오늘의 금메달이나 기록이라는 것이 100분의 몇 초 차이로 경신되기에 메달이나 색깔의 본질적인 가치를 생각하기 어렵다. 본질적인 것은 경기장까지 온 선수들의 의지와 수련 과정이다. 인간 한계라고 생각한 것을 넘으려는 정신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체력이다.

한편 선수촌에는 또 다른 본질적인 것이 있다.

여기에는 바뀌는 메달도 없고 깨어지는 기록도 없다. 또한 광장에는 펄럭이는 국기도 없다. 게양되어 있는 것은 대회기와 오륜기, 국제육상연맹기와 태극기뿐이다. 선수들이 돌아오는 선수촌은 더 이상 치열한 메달 경쟁의 장이 아니다. 이곳은 지구촌의 작은 마을이 되고 인종, 종교, 이념 등을 뛰어넘는 친구들이 된다. 대회에 참여한 202개 국가를 아우르는 연맹기가 하나의 지구촌임을 말하고 있다.

모든 선수들이 서로 친구가 되는 과정에서 한국은 중요한 교량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외국선수들이 선수촌 곳곳에서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함으로써 한국문화가 구심점이 되고 가교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에 대한 외국 선수들의 우정이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더 깊은 본질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많은 우리 시'도민들이 경기를 관람하러 오고, 또 와서는 출전 경쟁자들이 누구이든 간에 열심히 응원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한다. 응원의 열정과 함께 관중과 선수, 선수와 선수가 하나의 지구촌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느꼈으면 한다.

신일희(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