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열띤 메달 경쟁만큼이나 세계 각국 언론사의 취재 경쟁도 치열하다. 공식 기자회견 참석은 기본이고 경기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특종 발굴에 동분서주하느라 밤낮이 따로 없다.
조직위에 따르면 전 세계 80억 명의 인구가 시청하는 이번 대회에는 언론사 취재기자 1천235명, 38개 국가의 70여 개 방송국 관계자 2천여 명 등 3천 명이 넘는 취재진이 참여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선수단 규모에 버금갈 정도의 취재진이 시시각각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셈이다.
취재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대구스타디움 지하 2층의 공동취재구역(Mixed Zone). 핀란드의 한 일간지 소속인 앤드리아 볼레루스(29'여) 씨는 "공식 기자회견보다 공동취재구역에서 선수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며 "특급 스타의 경우 먼저 자리를 잡지 못하면 원하는 만큼 취재가 힘들어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오후 여자 7종경기가 끝난 뒤 은메달을 거머쥔 제시카 애니스(영국)가 모습을 드러내자 20여 명의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렸다. 앞다퉈 방송 마이크를 내뻗는 기자들의 모습은 마치 전장을 방불케 했다. 공동취재구역을 담당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100m 결선에서 우사인 볼트가 실격했을 때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기자들이 몰렸다"고 전했다.
'간발의 차'로 승부가 갈리는 장면을 생생하게 앵글에 담아야 하는 사진기자들도 '명당'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가장 인기있는 종목인 100m, 400m, 400m계주의 결승선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폭 10m, 4단 계단 형태로 '헤드 온'(Head-On)으로 불리는 카메라석을 설치했다. 이곳은 선수들의 출발'결승선 통과 장면뿐 아니라 우승 세리머니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이다. 하지만 40∼50명만 이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다. 스웨덴에서 온 요하네스 익스트로머(50) 기자는 "좋은 자리가 좋은 사진을 만들기 때문에 최대한 선수들과 가까운 곳을 차지하고자 애쓴다"며 "결정적 순간의 사진을 놓치면 다른 일은 제쳐놓고 동료 기자들을 상대로 사진을 수소문해야한다"고 털어놓았다.
뜨거운 취재 열기는 새벽까지 이어진다. 본국으로 기사를 전송해야 하는 외국기자들은 마감시간 때문에 밤잠도 뒤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사모 바투치나(41'여) 기자는 "시차 때문에 남들이 잘 때 우리는 기사를 마감해야 한다"며 "두 다리를 뻗고 편히 잠을 청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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