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경술국치

사흘 전인 8월 29일이 어떤 날인지 기억하는 우리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달력에도 별다른 표기가 없는 그날은 바로 경술국치(庚戌國恥)일이다. 1910년의 일이니 올해로 벌써 101주년이 된다.

일제의 강압으로 한일병합조약(韓日倂合條約)을 맺고 나라의 통치권을 고스란히 빼앗긴 채 온 겨레가 비분에 울던 그날. 국권 피탈의 통한과 서러움을 100년이 지나도록 지우지 못하고 이렇게 되새기는 것은 한일 두 나라 간의 그 불행한 역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안동 사람들에게 경술국치는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가장 많은 순절자가 나온 곳이요, 독립 유공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지방이기 때문이다. 항일 투쟁이 처음 일어난 안동은 한국 독립운동사 51년을 줄기차게 이끌어가며 분야별 핵심 인물들을 배출한 곳이다. 그래서 안동은 '독립운동의 성지'이다. 독립운동기념관도 있다.

경술국치를 당하자 의병장 출신인 향산 이만도는 국망의 책임을 통감하며 24일간의 단식 끝에 숨져갔다. 일제의 침략이 부당하며 결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죽음으로 증명한 자정순국이었다. 그것이 안동 독립운동의 출발점이요 원동력이었다.

그 며느리가 김락(金洛)이다. 김락은 명문가의 안주인으로 시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로 이어지는 3대의 독립운동을 지켜나갔다. 그리고 스스로도 항일 투쟁에 나섰던 여성이다. 3'1만세운동에 앞장섰다가 일제의 혹독한 고문으로 실명했으나 항일 전선에 나선 남편과 아들, 사위의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했다.

김락의 큰오빠가 만주 독립운동 기지 건설을 위해 집단 망명한 백하 김대락이요, 큰형부가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이다. 온 집안이 모든 것을 내놓고 독립운동에 올인한 것이다.

향산 이만도 선생과 그의 며느리 김락 여사의 숭고한 항일 투쟁기를 담은 작품이 뮤지컬 '락'이다. 안동의 항일 정신을 상징하는 뮤지컬 '락'이 오는 7일 저녁 국회의사당 의원동산 사랑재에서 막을 올린다.

경술국치 101년과 광복 66주년을 맞아 열리는 '락'의 마지막 절규는 '너희가 나라를 아느냐'이다. 일본 극우 세력들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김포공항까지 쳐들어오는 오늘 우리는 이 피맺힌 외침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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