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금까지 방문한 도시 중 대구가 최고"…'바비 인형' 클리시나

"예선 뒤 발목 부상 아쉬워 런던에서 진짜 실력 보일 것"

이번 대회 최고의 미녀 스타로 인기를 누린 다르야 클리시나는
이번 대회 최고의 미녀 스타로 인기를 누린 다르야 클리시나는 "지금까지 방문한 도시 중 대구가 최고"라며 즐거워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와! 정말 인형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여자 멀리뛰기 결선이 열린 대구스타디움 전광판에 한 여자 선수의 얼굴이 비치는 순간 관중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작고 하얀 얼굴에 예쁘장한 이목구비, 질끈 동여맨 금발, 180㎝, 57㎏의 완벽한 8등신 몸매. '살아 움직이는 바비 인형'으로 불리는 다르야 클리시나(20'러시아)였다.

그는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가장 주목받는 '얼짱'이다. 실력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올 시즌 2위인 7m05를 기록, 세계 최강 브리트니 리즈(25'미국)를 위협할 존재로 꼽혔다. 비록 발목 부상의 여파로 이번 대회에선 7위에 그쳤지만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

31일 오후 선수촌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그는 'RUSSIA'(러시아)가 새겨진 파란색 티셔츠에 흰색 반바지 차림이었지만 타고난 미모를 가릴 수는 없었다. 그가 나타나자 주변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고, 자원봉사자 대여섯 명이 몰려들어 함께 사진 찍기를 청했다. 선뜻 사진 촬영에 응한 그는 "한국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줄지는 생각도 못했다. 나 자신도 정말 신기할 정도"라며 미소를 지었다.

클리시나와의 인터뷰는 선수촌 인근 식당에서 러시아 아타쉐(전담 통역원) 2명의 도움으로 1시간가량 이어졌다. 경기장에서는 다른 선수들과 대화도 나누지 않고 웃지도 않는 '얼음공주'이지만 이날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지난해 남성 잡지의 표지 모델로 나서 수위 높은 노출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가장 자신 있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몹시 난감해할 정도로 순수했다.

"화보를 찍으면서 사람들의 주목도 받고 유명해지니까 기분이 좋았죠. 비인기 종목인 육상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판단도 했고요. 하지만 모델보다는 운동선수로서의 삶이 우선이죠." 한국에서 광고 제안이 온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동차나 화장품 광고였으면 좋겠다"며 웃어넘겼다.

뛰어난 스피드와 점프력은 아마추어 육상선수 출신인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다. "아버지는 세단뛰기와 높이뛰기 선수를 병행했고, 어머니는 스프린터였어요. 외모나 운동 신경은 모두 아버지를 닮은 것 같아요."

하지만 대회 멀리뛰기 결선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선이 끝나고 연습 도중 디딤 발인 오른쪽 발목에 부상을 입은 클리시나는 결국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이번 대회가 나의 대회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쉬움과 실망이 컸죠. 그래도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서 곧 감정을 추슬렀어요."

그에게 이번 대회 참가는 한국은 물론 첫 아시아 국가 방문이다. "대구시민들은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친절해요. 먼저 인사를 건네시는 분들도 많고요. 지금까지 방문한 도시 중에서 대구가 최고인 것 같아요. 한국 팬들의 사랑을 잊지 않을 겁니다.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미모가 아닌 실력으로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인터뷰 후 클리시나는 종이에 'The Maeil shinmun, 2011 Daegu Fighting!!!'이라고 적은 뒤 자신의 사인을 해주는 팬 서비스를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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