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통가가 추석 특수잡기에 고심하고 있다.
빠른 추석과 작황부진으로 과일 가격이 치솟고 수산물도 출어 부족으로 어획량이 줄어 대체 선물 찾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추석 선물 물량을 늘려잡고 있지만 최근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시장 불안에다 일기 불순으로 전통선물인 농수산물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보여 대체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 반응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일을 대체할 선물은
유통가의 최대 고민은 과일선물세트 수요 급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사과와 배는 7, 8월 집중호우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과육이 성숙하는 기간이 줄어든 데다 이른 추석으로 인해 출하 가능한 품종이 제한된 탓에 지난해 대비 명절 출하 물량이 각각 10% 정도 줄어들어 가격이 15% 이상 치솟은 상태다.
이 때문에 유통가는 5만~7만원대 과일선물세트를 찾는 고객 수요에 대한 물량 부족을 대비해 건강 선물세트와 수입 쇠고기 선물세트를 준비하는 등 사과와 배 공급 부족으로 인한 고객 잡기에 나섰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전년보다 가격이 5~10% 정도 떨어진 정육 선물세트 매출이 15% 정도 증가했고, 홍삼, 비타민 등 건강식품 선물세트는 11%, 더덕, 곶감 등 건과 선물세트도 6% 늘었다. 그러나 과일은 지난해보다 낮은 매출을 보였다.
이마트 역시 과일수요처가 옮겨갈 것을 예상해 10~15% 가격대를 낮춘 한우 선물세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동아백화점, 롯데백화점도 10만원대 이상 고가 제품이었던 건강식품을 2만원대 드링크에서 10만원대의 진액, 절편 등 다양한 가격대의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선물 양극화
몇 만원대의 부담없는 추석 선물인 과일값이 오르면서 '선물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과일을 대신할 고가 선물이 대형마트에 등장하고 있으며 실속형 저가 선물세트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구백화점 식품매입팀 배준용 팀장은 "올 추석은 농산물의 가격대가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예년과 마찬가지로 높은 가격대의 고급'웰빙형 제품과 값을 낮춘 실속형 상품으로 양분될 전망"이라며 "여전히 실속형보다는 품위 위주의 선물을 하려는 보수적 성향이 맞물린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역 백화점들은 추천 선물로 20만~30만원대 고급 한우세트와 20만원대 영광굴비, 고급 한과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백화점뿐 아니라 추석 선물에서 과일을 주종목으로 내세웠던 대형마트도 고가 선물 판매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13년근 인삼세트'를 50만원에, '6년 묵은 천일염 참굴비'를 49만8천원에 내놓았다. 홈플러스 역시 '명품명인굴비' 세트(특상품)을 99만9천원에 판매하는 등 전에 없던 고가 선물세트를 구성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백화점은 고가 선물, 대형마트는 과일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선물 등으로 명절 선물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지만 올 들어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고 했다.
1만~3만원대 실속형 선물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옥션에서는 19일부터 한 주간 치약'비누'샴푸세트, 구이 김 세트, 오일류 세트 등 1만~2만원대 실속 선물세트 판매량이 작년 추석 무렵보다 33%가량 증가했다.
특히 1만원에 못 미치는 6천~7천원대 초저가 생활선물세트가 가장 많이 팔려나가고 있다. 실시간 인기상품만을 모아놓은 옥션 베스트 코너에서도 1만원대 미만의 생활세트가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저가형 제품들은 자칫 성의가 없어 보일 수 있다는 우려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예전과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세트로 생활용품이 첫손에 꼽힐 만큼 '기피대상(?)'이었지만 올 추석에는 과일값 폭등에 따른 대체상품으로 1만원 미만부터 3만원대까지의 실속형 생활선물세트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물가가 명절 선물 풍속마저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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