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정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안상학 시인·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장

권정생 선생을 흠모하는 두 사람이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 문간에 앉아서 포즈를 취했다. 안상학(사진 오른쪽) 시인은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처장을 맡아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고,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장은 한 달에 10번씩 선생이 살던 집에 들러 집 풍경과 사계를 카메라에 기록하고 있다.
권정생 선생을 흠모하는 두 사람이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 문간에 앉아서 포즈를 취했다. 안상학(사진 오른쪽) 시인은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처장을 맡아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고,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장은 한 달에 10번씩 선생이 살던 집에 들러 집 풍경과 사계를 카메라에 기록하고 있다.

▶안상학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 사무처장'시인

권정생 사후 그를 사랑하는 이들이 뜻을 모아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하 재단)을 만들었다. 이 재단의 안상학(50) 사무처장은 "재단은 선생님의 유지를 충실히 잇기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이 고향인 안 처장은 1980년대 초반 권정생 선생과 만난 인연이 있다. 그의 작품세계와 삶에 흠뻑 매료돼 재단 사무처장을 맡게 됐다고 했다.

재단은 권정생 선생 유언에 따라 유산과 저작권 인세를 관리해 북한 어린이 돕기, 도서벽지 공부방에 권정생 작품집 보내기, 세계분쟁지역 아동 돕기, 결핵환자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재단에 위탁된 권정생 선생의 유산 10억여원과 저작권 인세 등에서 나오는 연간 1억5천만원이 재원이라고 했다.

"권정생 선생님이 남긴 흔적을 원래 모습 그대로 유지했으면 합니다. 사시던 집 마당에 난 풀 한 포기 뽑지 말고 그저 오래 바라만봐 주었으면 합니다. 또한 추모사업으로 인해 조탑동 마을 모습이 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게 그분의 뜻일 겁니다."

그는 권정생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 어렵다고 했다. 권정생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추모사업에 관해서는 의견이 천차만별이어서 재단 운영과 관련한 오해도 없지 않다고 했다.

재단은 조탑마을에서 4㎞(10리) 정도 떨어진 일직면 망호리에 있는 폐교를 리모델링해 '강아지똥 동화나라'를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에 착공해 2013년 완공되면 재단 사무실도 그곳으로 이전하고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체험캠프 등을 운영할 방침이다. 김해용기자

▶김은아 마음문학치료연구소장'영남대 겸임교수

한 사람의 삶은 누군가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한다. 김은아(37) 마음문학치료연구소장이 그렇다. "대학교 3학년 때였어요. 인간관계와 불투명한 장래 때문에 무척 힘들던 시기에 서점에서 그림책 '강아지똥'(권정생 원작)을 발견했습니다. 작품 속 길바닥에 버려진 강아지똥이 마치 나 자신처럼 느껴져 울컥했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그림책에 빠져들었어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김 소장은 취업 후 월급을 쪼개 그림책을 사모으고 그림동화책 공부를 시작했다. 권정생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는 문학 특히 그림동화책이 주는 치유적 힘과 가치를 느꼈고 결국 대학원에서 아동가족상담과 문학치료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는 한 달에 10번 이상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을 찾는다. 운명의 이끌림인지 1년 7개월 전 안동 남자와 결혼한 이후 지금까지 이 집을 200차례 가까이 방문한 셈이다. "선생님은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어떻게 지내셨을까 혼자 상상해 봅니다. 목적지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자주 올 수 없겠지요. 제게 이곳은 놀이터예요. 마음이 편해지는."

그는 들를 때마다 집과 주위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수천 컷에 이른다. "생전에 한 번도 뵙지 못했지만 제 마음속에는 참으로 '아름다운' 분으로 살아 계십니다. '아름답다'는 말에는 '자기답다'는 뜻도 있지요." 김 소장은 언젠가 그동안 찍은 사진을 세상 밖으로 꺼내 '이야기가 있는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또한 권정생 선생이 살던 집의 사계를 주제로 한 책도 펴내고 싶다고 했다.

김해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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