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물수능 현실화, 수험생만 힘들어

올해 대학 수능시험을 가늠할 수 있는 9월 모의평가 시험이 끝났다. 이번 시험은 6월 모의평가보다는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해 수능시험보다는 쉬워, 정부가 공언한 대로 만점자 1%대 정책은 그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언어와 외국어에서는 풀기가 쉽지 않은 까다로운 지문이 포함됐다. 수리 가에서는 EBS와의 연계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의 높은 난이도 문제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만점자 비율 조절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평가에서도 나타났듯 '물수능'은 현실화했다. 지난 6월 시험이 역대 최고라고 할 만큼 쉽게 출제된 탓에 체감 난도는 높았다. 그러나 9월 평가시험이 대체로 본 수능시험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예년보다 쉬운 수능시험은 기정사실이 된 것이다.

물수능의 부작용은 헤아릴 수도 없다. 올해는 수시 입학이 60%나 돼 어느 해보다 정시 입학이 치열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변별력이 떨어지면 더욱 큰 혼란을 빚을 것이다. 수시에서의 최저 등급도 문제다. 자칫 한 문제 실수로 등급을 맞추지 못할 수 있어 어느 해보다 수험생의 압박감은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물수능에 대한 대학의 대처다. 대학은 이미 등급 간 편차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내신을 거의 무력화시켰다. 여기에다 물수능까지 겹치면 변별력을 이유로 여러 편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 당국은 그동안 사교육을 줄인다면서 공교육 살리기보다는 학원 압박과 수능 쉽게 내기에 매달렸다. 반면 대학이 내신 무력화를 통해 공교육을 해체해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동안 여러 교육 정책은 사교육을 잡지도 못하고, 대학 입시만 복잡하게 했다. 수험생에게 이중, 삼중고를 부담시키는 대학 입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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