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락 미녀새 머리카락 싹뚝… '미니지구촌' 세계육상 선수촌 24시

헤머 金 고지는 바에서 맥주 자축…한국 문화 체험, 전자오락 당구장도 북

전통 의상을 입어보는 선수들
전통 의상을 입어보는 선수들
전자오락실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선수들.
전자오락실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선수들.
한지공예 체험을 하며 부채에 모양을 그려 넣고 있는 선수들,
한지공예 체험을 하며 부채에 모양을 그려 넣고 있는 선수들,
선수촌 바에서 담소를 나누는 선수들의 모습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선수촌 바에서 담소를 나누는 선수들의 모습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러시아의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는 지난달 31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내 미용실을 찾았다. 여자 장대높이뛰기 경기에서 6위로 추락한 다음 날이었다. 슈퍼스타 이신바예바가 미용실에 등장한 것 자체가 뉴스거리였지만 그는 이날 아끼던 긴 머리를 잘라 주변을 더욱 놀라게 했다. 부진을 털어내고 새 출발하겠다는 '정신 무장'으로 받아들여졌다.

#남자 해머던지기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무로후시 고지는 같은 날 늦은 오후 선수촌 내 '챔피언스 프라자' 2층 바(Bar)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물갔다'는 비아냥거림을 말끔히 털어내고 금메달을 딴 뒤 자축의 잔을 들려고 온 것이었다. 일본산 아사히 맥주 4병을 들이켜고 숙소로 돌아간 그는 대구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마련된 선수촌은 치열한 경쟁 공간인 스타디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함께 웃으며 우정을 쌓고, 네일 아트를 받거나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떠는 인간적인 모습이 있어 정겹다. 대회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벌써 150명이 넘는 선수가 짐을 싸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3천 명에 가까운 선수는 여전히 선수촌에 머물고 있다.

선수들이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도록 돕는 것이 선수촌의 존재 이유다. 대회 조직위는 이를 위해 선수'임원 외에는 선수촌 출입은 철저히 통제한다. 대신 선수들이 여유시간을 각자의 취향에 맞게 적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있다.

선수촌 중앙광장에 조성된 '한국 문화 체험길'도 그 중 하나. 외국 선수들은 이곳에서 한국과 대구를 추억할 만한 무언가를 가져가고 싶어했다. 직접 부채를 만들 수 있는 전통 한지공예 체험과 서예'탁본 체험에는 선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전통의상을 입고 어우동도 돼 보고, 중전마마도 돼 보는 코너 앞에는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였다.

전자오락실과 PC방, 당구장, 선수촌 바도 선수들이 자주 찾는 공간이다. 특히 30명 정도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PC방에는 본국에 있는 가족'친구들과 채팅을 하는 이들이 많지만 간혹 선수가 아닌 코치 등 관계자가 야한 동영상을 보다 제지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은 한국 IT 기술의 우월성이 입증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간단한 먹거리를 살 수 있는 매점에서는 술이 인기다. 지역업체가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매일 와인 50병이 팔린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 선수촌 바에서도 선수들과 임원들은 술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대낮에도 맥주를 음료로 곁들일 정도이지만 소주나 복분자주 등을 시켜 병째로 마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선수촌 김영수 부장은 "대구시내 쇼핑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매일 10차례 이상 버스를 운행하고 있고 경주'안동 등 관광지 안내를 하고 있다"며 "선수촌의 모든 것은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맞춰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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