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난처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정치 판도가 예상밖으로 흘러 본인의 대권 시간표를 고쳐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야를 통틀어 붙박이 선두 주자인 자신의 각 분야 비전이나 가치관을 내놓고 그간 준비해 온 정책보따리를 풀어야 하는데 돌발 변수들이 잇달아 터지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로 중량감이 높아진 10'26 재보선 이후로 시간표를 연기했다는 말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경제분야 과외 교사 중 한 명인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도 1일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다. 그는 "최근 박 전 대표의 경제 관련 공부가 궤도에 올라 마무리 단계"라며 "하지만 준비한 것들을 꺼내놓는 시기를 자꾸 놓치게 돼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어떤 분야인지 묻자 "그건 아직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친박 진영은 공식적인 대선 준비 타이밍을 5년 전보다는 빨리 가져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그에 따른 행보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측의 스타트가 이명박 대통령 측보다 많이 늦었고 이것이 경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데 따른 궤도 수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번 만큼은 착실히 시간표대로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정치권이 야권이 제기한 무상복지 논쟁에 빠져들고, 저축은행 사태와 오 시장 사퇴라는 돌출변수까지 등장하면서 대권 구상을 알릴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1일 본회의 참석 직전 기자들과 자신의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깜짝 간담회를 가진 것도 같은 맥락에서라는 해석이 있다. 이날 간담회는 박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예의 국회 로비 '스탠딩 간이 간담회' 형식을 탈피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빈도가 잦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날 박 전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11월 실무작업설이 제기되는 남'북'러 가스관 사업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신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키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발전적 대북 정책을 위해서는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유연할 때 더 유연하고 단호할 때는 더 단호하게 해 안보와 교류, 남북관계와 국제 공조 사이의 균형을 잡아간다는 접근 방식에서 다를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정부와의 차별화를 이야기한 대목이다.
한편 박 전 대표는 3일 낮 경주 문화엑스포를 방문하고 당 관계자들과 저녁을 함께한 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장을 찾아 우사인 볼트가 출전하는 남자 200m 결선 경기 등을 관람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4일 폐막식에는 개인 일정상 참석치 못하게 돼 폐막 하루 전인 3일에 경기장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경기장 방문은 개막식이 열린 27일에 이어 두 번째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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