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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만 보면 "체인지"…배지 수집 최준혁씨

배지 수집가 최준혁 씨가 대구스타디움 잔디밭에 23년간 수집한 각종 대회의 배지를 펼쳐놓고 있다. 노경석 기자
배지 수집가 최준혁 씨가 대구스타디움 잔디밭에 23년간 수집한 각종 대회의 배지를 펼쳐놓고 있다. 노경석 기자

지난달 31일 대구스타디움 분수대 옆 잔디밭. 녹색 부직포 위에 각양각색의 배지 100여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호돌이' 배지, 1993년 대전엑스포 기념 배지, 자메이카 국기에 올림픽 오륜기가 함께 있는 배지 등도 눈에 띄었다.

마침 그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이 "파는 거예요"라고 묻자 잔디밭에 앉아 있던 최준혁(60) 씨가 "아닙니다"라고 했다. 대신 최 씨는 옆에서 신기한 듯 지켜보던 외국인에게 곧바로 "체인지"(Change)라며 모자의 배지를 가리켰다. 미국육상경기연맹의 배지였다.

서울올림픽 때부터 23년째 기념 배지를 수집하고 있다는 최 씨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날 서울에서 한달음에 대구로 왔다. 물론 배지 수집을 위해서다. "올림픽 당시 자원봉사자를 지원했는데 외국어 실력 부족으로 탈락했습니다. 올림픽을 기념할 만한 게 뭐 있을까 고민하던 중 배지를 교환하는 외국인을 보고 '아, 바로 이거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배지 수집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최 씨에게 대구는 특별한 곳이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배지를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구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한 소국에서 온 관광객으로부터 받은 국가올림픽위원(NOC) 배지는 그에게 '보물 1호'다.

그래서인지 최 씨가 이번 대구 대회에 거는 기대 역시 크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상 가장 많은 참가국이 이번 대회를 찾는다고 들었습니다.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대구에서 새로운 보물을 구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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