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민병도 지음/목언예원 펴냄
중견 화가이자 시조시인인 민병도 씨가 시조집 '들풀'을 내놨다. 민 시조시인은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한 이래 개인시집 12권을 간행했고 화가로서 시화집도 2권을 펴냈다. 미술전람회는 20회나 개최했다.
민 시조시인은 머리글에서 "지금부터라도 시의 생명력을 복원해야 한다. 시의 역사를 담보로 자신의 욕망을 카타르시스할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 과거와 미래를 관류하고 소통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적었다.
시조집의 제목이기도 한 '들풀'이란 연작시에서 시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허구한 날/베이고 밟혀/피 흘리며/쓰러져놓고//어쩌자고/저를 벤 낫을/향기로/감싸는지…//알겠네/왜 그토록 오래/이 땅의/주인인지'-'들풀'1' 이승하 시인(중앙대 교수)은 "시인은 들풀의 의미를 '백성'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그래서 베이고 밟혀도 어디에나 있는 들풀이 이 땅의 주인이라고 생각해보는 것이다"고 평했다.
어느 불자의 수행생활을 담은 '마음'이란 시도 가슴에 와닿는다. '오늘 나를 배불려준 그릇을 비웁니다/먹다 남은 음식들이 눈에 자꾸 밟히지만/아까운 그 생각마저/말끔히 버립니다.//내일 나를 배불려줄 빈 그릇을 닦습니다/또 다른 한 끼의 행복한 식사를 위해/비릿한 냄새마저도/찬물 데워 헹굽니다.//우리들은 서로서로 누군가의 그릇입니다/내 안 가득 나를 채워 비워내지 않으면/흐르는 달빛 한 줌도/온전히 담을 수 없는.'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들판의 주인으로 푸르게 돌아오는 들풀처럼 이 땅의 민족시도 다시 푸를 날이 올 것이다"는 시인의 얘기에서 시에 대한 진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143쪽, 1만2천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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