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착한' 우리가 남이가?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구미에서 무소속 경북도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최윤희 전 경북도의원은 요즘 대구 육상선수권대회의 '특별한'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 구미에 사는 그는 수시로 차를 몰아 구미와 경주를 오간다고 했다. 그가 맡은 특별 자원봉사는 육상대회 참석 IOC 위원들을 비롯한 외국 귀빈(VIP)을 안내, 세계적인 경주를 제대로 알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집에 들어갈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는 경주를 처음 찾은 자크 로게 IOC위원장 부인을 비롯해 일본'그리스'케냐'말리의 IOC 위원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귀빈, 주한 외국대사 일행 등 수십 명의 귀빈을 맞았다고 한다.

대구가 고향인 그가 '특별 자봉'에 나선 것은 경북도투자유치자문관이자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홍보대사로서 대구 육상대회를 외곽에서라도 도와달라는 경북도의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던 때문. 고향에서 벌어지는 세계3대 스포츠 제전이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는 "피곤하지만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서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랜 유학 및 외국 생활에서 익힌 외국어 실력이 고향 대구를 위한 봉사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이번 대구 육상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대구시와 경북도는 한 뿌리라는 생각에서 서로 돕고 있고, 곳곳에서 모인 6천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참가국 선수 지원을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7천여 명의 서포터스, 최 전 도의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몇몇 서울 지역 언론들은 대구대회를 깎아내리는 보도를 하고 있다. 정부의 '마지못한 관심'과 거대 서울 언론들의 홀대 속에 세계 3대 스포츠 제전의 하나인 이번 대회를 잘 치러 국가 이미지와 도시 브랜드를 높여 지역 역량을 키우려는 지역민들의 노력은 국가나 서울은 물론 지방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이제 내일(4일)이면 9일간의 열전을 끝내고 막을 내린다. '보수 꼴통도시' '닫힌 도시'라는 오명(汚名)까지 뒤집어쓴 대구에서 열린 이번 대회를 잘 마무리해 최 전 도의원의 고향 사랑처럼 많은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빛바래지 않게 대구시민의 저력을 끝까지 보여줄 때다. 이번 기회에 '나쁜' 인상을 준 '우리가 남이가?'를 '착한' 이미지의 '우리가 남이가?'로 바꿔봄은 어떨까.

정인열 논설위원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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