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볼트 실격 먼저 지적…못내 아쉬워" 최인해 심판관

최인해 주임 심판은 스타터(주 심판관)와 리콜(보조 심판관)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여하면서 중압감과 아쉬움, 설렘을 느꼈다고 말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최인해 주임 심판은 스타터(주 심판관)와 리콜(보조 심판관)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여하면서 중압감과 아쉬움, 설렘을 느꼈다고 말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우사인 볼트의 파울을 내 손으로 잡아냈을 때 선수 당사자와 관중보다 더 아쉬웠고 견디기 힘들 정도로 중압감이 컸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실격을 제일 먼저 지적했던 최인해(49) 심판관은 며칠이 지난 3일까지도 그 일을 못내 아쉬워했다.

"심판이자 육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관심과 애정이 있는 선수가 있기 마련인데 볼트가 그런 선수죠. 암표를 사서라도 볼트를 보려고 온 사람이 많았을 텐데 볼트가 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너무 속상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 심판관은 지난달 28일 열린 남자 100m 결선에 스타터 리콜(보조 심판관)로 참여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100, 200m 경기에선 스타터 리콜, 여자 400m와 남자 1,600m계주에선 메인 스타터(주 심판관)로 활약하고 있다.

당시 메인 스타터였던 알란 벨 심판관도 경기가 끝나고 난 뒤 고통스러워 했다고 최 심판관은 전했다. "벨 심판관은 밖으로 나간 볼트를 따라가 멀리서 걱정스럽게 바라봤습니다. 아마 전 세계가 집중한 경기에 대한 중압감과 아쉬움 때문이었겠지요."

그는 볼트가 실격된 후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금메달을 땄던 요한 블레이크(자메이카)가 옆 레인에서 먼저 움직이는 바람에 볼트가 파울을 범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파울을 유도한 선수를 실격시키도록 돼 있지만 볼트 주변에서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며 "볼트 스스로 범한 파울"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메인 스타터가 시간을 지연시켰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시간에 대한 기준은 없다. '차렷' 자세에서 선수들이 동시에 엉덩이를 들었을 때 총을 쏜다. 빠르거나 느리게 느껴지는 건 첫 선수와 마지막 선수가 차렷하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첨단 계측 장비들이 설치돼 있어 오심은 있을 수 없다고 자신했다. "스타팅 블록의 센서가 20㎏ 이상 중량을 감지하면 실제 몸이 앞으로 나가지 않아도 파울이 됩니다. 출발 의사가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한국의 김국영 선수도 차렷 자세에서의 미세한 움직임이 센서에 파동으로 잡혀 실격된 것입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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