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대구스타디움 인근 수성구 대흥동 마을 주변 도로. 2m 남짓한 너비의 이면도로 한쪽을 따라 차량 수십대가 촘촘히 주차돼 있었다. '차량띠'는 마을 깊숙한 곳까지 300m가량 이어졌다. 이 와중에도 차량들은 계속 진입했고, 조금이라도 주차 공간이 나면 순식간에 그 틈을 메웠다. 이날 오전 11시쯤 대흥동 마을 도로엔 120대가 넘게 주차됐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구스타디움 인근 대흥동 마을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스타디움과 1㎞ 정도 떨어진 이 마을에 세계육상대회 관계자는 물론 일반 관람객들이 차량을 이곳에 주차한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네 100여 가구 주민들은 자신들의 차량을 다른 곳에 두고 오거나 농사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주민 장모(50) 씨는 "밤늦게까지 주차하는 차량들로 인해 주민들은 집 앞에 주차를 못한다"며 "개회식이 열린 27일 오후부터 다음날까지 차를 빼가지 않아 주민들 중 출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고 푸념했다.
포도농사를 하고 있는 김은미(42'여) 씨는 "마을 도로를 따라 주차된 차들 때문에 포도를 싣고 갈 트럭이 못 들어올 정도"라며 "대부분 포도를 재배하는 주민들이 한창 수확철인 요즘 농사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스타디움 내부에는 1천577면의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도로변을 포함한 경기장 밖 임시주차장에는 1천377대 정도가 수용 가능하다. 이 중 육상대회 관계자와 초청 인사, 선수단 전용 주차공간 등을 제외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배정된 주차공간은 경기장 내부 227면과 외부 임시주차장뿐이다.
게다가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 67면을 제외한 경기장 내부 160면과 외부 397면에는 시간대에 따라 3만~15만원에 이르는 '프리미어 티켓'을 4장 이상 구매한 사람만 주차할 수 있다. 외부 주차장의 상당수도 단체 관람객을 위한 버스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일반 티켓'을 든 관람객은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
이날 오전 경기를 보기 위해 이 마을에 주차했다는 시민 김모(27'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며칠 전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스타디움을 찾았다가 마을이 한적한 것을 보고 주차를 했다"고 털어놨다. 육상대회를 보기 위해 대구를 찾은 김수경(27'여'경기 성남시 은행동) 씨도 "교통 통제를 하던 한 경찰관이 주차장이 다 찼다며 마을로 내려가 주차하라고 권했다"며 "스타디움 주차장이 적잖은 규모인데 대회 관계자들을 우선 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이곳 주민들의 불만 사항을 알고 있지만 주차 관리 인력도 부족하고 경기장 일대가 상당히 혼잡해 진땀을 빼고 있다"며 "마을 입구에 단속 인력을 배치해 경기장을 찾은 시민들이 임시주차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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