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시키신 부운~~~!"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정문. 중국집 배달원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우렁찬 목소리를 들은 자원봉사자 2명이 매표소에서 재빨리 달려나와 짜장면 3그릇과 탕수육 1그릇을 받았다. 이는 최근 대구스타디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바쁜 일정 때문에 밥 때를 놓친 대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이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이 많기 때문. 자원봉사자 박소정(21'여) 씨는 "도시락이 제공되긴 하지만 바쁘게 일하다 보면 제때 밥을 먹지 못할 때도 있다. 관람객들에게 대회를 안내하는 봉사활동만큼 동료들과 배달음식을 시켜 야외에서 먹는 재미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대구스타디움 인근 중국집들이 '배달 특수'를 누리고 있다. 경기장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업무 때문에 식사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대회 관계자들이 빨리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대구스타디움과 가까운 수성구 고산동과 시지동에 있는 중국집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 중국집 주인 김동진(52) 씨는 "경기장 주변에 식당 수가 적은데다 중국집은 아예 없어 가까운 주택가에 있는 중국집에 전화를 하는 것 같다"며 "10인분 이상의 대량주문이 많아 대회 전에 비해 하루 10만~20만원 정도 매출이 뛰었다"고 웃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배달 시간을 연장하는 업주들도 있다. 또 다른 중국집 주인 박모(50) 씨는 "대회기간 동안 배달 주문이 빗발쳐 오후 9시까지 영업 시간을 연장하고 있다"며 "오토바이 배달원도 지인 2명을 임시로 고용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대구스타디움 서편에 있는 복합쇼핑몰인 칼라스퀘어에는 패스트푸드업체와 빵집 등 각종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가 들어서 있지만 중국집이나 한식당처럼 제대로 된 '밥'을 파는 곳은 없다. 스타디움 동편 먹거리 장터도 통닭, 떡볶이 등 분식 위주로만 팔고 있어 주린 배를 든든히 채우기엔 역부족. 이 때문에 '밥심'이 필요한 대회 관계자들이 빨리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중국 음식을 찾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실제로 이날도 대회 중계방송사가 들어선 국제방송센터(IBC) 앞에는 중국집 배달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이날 식사를 받아 IBC 안으로 들어가던 한 스태프는 "스타디움 안에도 식당이 있지만 단체로 몰려가 식사를 하면 시간이 꽤 걸린다"며 "그렇다고 매일 패스트푸드나 분식으로 배를 채울 수도 없고 해서 종종 중국 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말했다.
스타디움 내부의 식당을 이용할 수 없는 야외 인부들이 어쩔 수 없이 중국 음식을 찾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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