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메달리스트들은 대구스타디움 내에 마련된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을 만난다. 이미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뒤라 선수들의 표정은 편안하기 마련. 하지만 이 순간 새롭게 긴장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동시통역사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기자회견장에 상주하는 동시통역사 전희경(28) 씨와 조윤나(25) 씨를 만난 기자회견장 출구 앞 통역사 부스는 6.6㎡(2평) 남짓했다. 작은 스탠드, 음향 장비 등이 갖춰져 있었고 외부 소음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기자들을 잇는 소중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은 올해 초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에서 5년 이상 생활하고 대학원에서 전문 교육까지 받았지만 하루에도 대여섯 차례씩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실수가 없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전 씨는 "세계적인 행사에서 통역을 맡게 됐다는 기쁨은 크지만 대회 첫날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통역을 진행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대회를 앞두고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해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우사인 볼트나 옐레나 이신바예바 같은 주요 선수들의 인터뷰 동영상을 수십 번씩 보며 습관이나 제스처를 연구했지만 이들이 메달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꼭 스타 선수들의 말을 전하기 위한 건 아니지만 볼트는 꼭 200m에서 금메달을 따 한 번 만나봤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모든 통역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다보니 예기치 못한 상황도 자주 일어난다. 특히 해당 선수의 가족이나 종교 등 미리 파악하지 못한 얘기가 나오면 가슴이 철렁한다는 것. 전 씨는 "여자 1,500m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가 '시스터'(sister)에 대해 물었는데 순간 여동생인지 언니인지 몰라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대회가 끝나면 잠을 가장 자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전 씨는 "기자회견이 끝나면 오역했거나 놓친 부분이 생각나 편하게 잠을 자지도 못한다"며 "대회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한 뒤 종일 편안하게 자고 싶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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