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안나 치체로바(29)가 지긋지긋했던 '2인자' 꼬리표를 떼고 여자 높이뛰기 정상에 올랐다.
치체로바는 3일 열린 여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03을 넘어 세계선수권 3연패를 노리던 블랑카 블라시치(28'크로아티아)를 가까스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선수는 나란히 2m05에 도전했지만 세 번 모두 실패했고, 성공 시기 순에서 앞선 치체로바가 우승을 차지했다. 치체로바는 2m03을 첫 시도에 넘은 반면, 블라시치는 2차 시기에서 성공해 희비가 엇갈렸다. 동메달은 2m00에 성공한 이탈리아의 안토니에타 디 마르티노(33)에게 돌아갔다.
치체로바와 블라시치의 불꽃 튀는 대결은 2m00부터 시작됐다. 1m83부터 실패 없이 바를 넘으며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2m00부터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치체로바가 2m03까지 첫 번째 시도에서 순조롭게 넘은 반면, 블리시치는 2m00와 2m03 모두 두 번째 시기에서 성공했다. 블라시치는 2m03을 넘고는 '춤추는 새'라는 별명에 걸맞게 허리를 흔들며 귀여운 댄스도 선보였다. 디 마르티노가 2m03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경기는 치체로바와 블라시치의 메달 색깔 경쟁으로 접어들었다. 두 사람 모두 2m05를 넘는데 실패했지만 치체로바의 도전 시기수가 더 적었다.
우승이 확정되자 치체로바의 눈가는 촉촉히 젖어들었다. 블라시치는 치체로바의 볼에 키스를 하고는 뜨겁게 끌어안으며 여왕 등극을 축하했다.
10년 넘게 러시아 여자 높이뛰기 1인자 자리를 지켜온 치체로바는 유독 블라시치와의 맞대결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역대 상대전적에서 62번 맞붙어 고작 12번만 승리를 맛봤다. 치체로바는 지난해 9월 첫 딸을 출산하며 휴식 기간을 갖다가 돌아온 올 들어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였다. 지난 7월에는 개인 최고 기록이자 세계기록에 단 2cm 모자란 2m07을 뛰어넘기도 했다.
치체로바는 "임신과 출산은 굉장한 경험이었다. 컨디션을 회복하는데 자신이 없었지만 아이를 보며 큰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 세계기록 경신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