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평온한 한국 사찰서 녹차 한 잔, 이게 바로 코리아"

세계육상 외국인 관계자 600여멍 '동화사 템플스테이'

▲지난달 30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관계자들이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 전통차를 마시며 다도체험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지난달 30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관계자들이 팔공산 동화사를 방문, 전통차를 마시며 다도체험을 하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팔공산 동화사에 새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대거 찾아왔다. 이날 이곳을 찾은 이들은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에 대구를 찾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임원 및 각국 선수단 대표들. 이들은 대구에 거주하는 동안 한국의 대표 문화상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기 위해 동화사로 몰린 것이다.

템플스테이 전담 홍련화(49·여) 씨는 "템플스테이가 대인기다. 지금도 템플스테이를 하려는 외국인의 예약이 들어오고 있지만 1일부터 승시축제가 열리는 관계로 더 이상 신청을 못 받는 상태다"고 말했다. 동화사에서는 21일부터 육상대회와 관련한 임원과 선수, 스태프 등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진행, 모두 600명 정도가 체험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가량으로 사찰 순례와 다도 체험으로 꾸며졌다.

홍 씨는 "명상이나 염주 꿰기 체험 등 다양한 세부 프로그램이 있지만 시간이 짧아 기본적인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엄밀히 말해 이들이 체험하는 프로그램은 '템플라이프'. 최소 1박 2일 일정의 템플스테이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짧은 시간에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템플스테이의 변형된 형태다. 최근 회사나 단체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사찰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표정들이 진지하다. 한쪽에서는 사진에 담으려고 카메라 버튼 누르기에 여념이 없다. 폴란드에서 왔다는 한 외국인은 처음으로 사찰에 방문하다 보니 모든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연신 카메라 버튼에서 손을 떼지 못한다. IAAF 의료팀으로 왔다는 렉시 하비(미국) 씨는 동화사 내 대웅전 단청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척 아름답다고 되뇌던 하비 씨는 "이번에 불교 사찰은 처음 방문하는데 산과 절의 모습이 평화롭고 무척 인상적이다"고 칭찬했다. 외국인들은 대웅전에서 염불하는 모습을 진지하게 지켜봤다. 일본과 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다는 데니스 마샬(바하마) 씨는 "다른 아시아 국가의 사찰과 달리 한국 사찰은 맑은 공기와 평온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흥미 난 이야기와 역사도 갖고 있으니까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팀은 동화사 설법전에서 다도 체험이 한창이다. 설명에 따라 차를 따르지만 다소 어설픈 것은 어쩔 수 없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화기애애하다. IAAF 임원인 남편을 따라왔다는 도라(멕시코) 씨는 "다도가 너무 복잡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들은 대나무 젓가락으로 무지개떡을 먹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잔에 직접 차를 따라보기도 한다. 이 와중에 어떤 이는 양반 다리가 불편한 지 다리를 쭉 펴버린다. 마샬 씨는 "다도를 배웠으니 바하마로 돌아가면 아내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2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체험을 마친 외국인의 입에서는 "원더풀"(Wonderful)이라는 말을 쉽사리 들을 수 있었다. 모두가 한국 불교문화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홍 씨는 "적잖은 외국인들이 체험을 마친 뒤 한국인들은 한국문화에 긍지를 가지라고 말한다"며 "템플스테이를 담당하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들에게 한국 문화를 조금이나마 알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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