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m 악몽이 떠올랐지만 나 자신을 믿고 달렸다."
모하메드 파라(28'영국)는 4일 열린 남자 5,000m 결선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후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트랙에 키스한 뒤 누운 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10,000m 결선에서 50m를 남기고 통한의 역전패를 당해 은메달에 그친 파라는 이날 5,000m 결선은 결코 내줄 수 없는 한 판이었다. 레이스 내내 중위권을 형성하던 파라는 세 바퀴를 남기고 선두 다툼에 가세했고, 결승선을 한 바퀴 남기고 선두로 치고 나왔다. 100m를 남기고 직선주로에 들어올 때도 1위를 지켰다. 파라를 뒤쫓던 백전노장 버나드 라가트(37'미국)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직선주로에서 막판 스퍼트하며 파라를 무섭게 추격했다. 10,000m 결선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경기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파라는 5,000m 올 시즌 최고기록(12분53초11) 보유자답게 끝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1위로 골인했다. 파라(13분23초26)와 라가트(13분23초64)의 간격은 단 0.28초에 불과했다. 파라는 "10,000m 결선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경쟁 선수를 잘 알아야 하고, 전술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5,000m는 전략이 좋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믿었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태생인 파라는 8세 때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민을 갔다. 독실한 이슬람교 신자인 그는 지난달 1일 시작한 라마단의 금식 의무를 미뤘다. 라마단 기간 이슬람 신자들은 해가 뜬 동안에는 음식과 물, 아무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파라는 "대회를 앞두고 잘 먹어야 한다. 수분 보충은 장거리 선수에게 무척 중요하다"며 금식 의무를 대회가 끝난 뒤로 미루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결국 10,000m에서 획득하지 못했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 금메달을 대회 마지막 날 5,000m에서 기분 좋게 목에 걸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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