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의 재료인 미꾸라지는 비타민 A와 D가 풍부하지만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로 비친다. '미꾸라지 용 됐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 '미꾸라지 국 먹고 용트림한다'는 우리 속담에서 보듯 미꾸라지는 변변치 못한 인물이나 못된 사람을 뜻한다. 일본에도 비슷한 속담이 있다. '잉어가 춤추니 미꾸라지도 춤춘다'는 분수를 잊고 남의 흉내를 내는 하찮은 사람을 의미한다.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새 총리가 '미꾸라지론'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용모를 빗대 "금붕어를 흉내 내지 않고 미꾸라지가 되겠다"고 하는가 하면 "진흙탕 속을 누비는 미꾸라지처럼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을 실천하듯 90도 인사를 하고 다니는가 하면 머리를 감겨 주지 않는 '1천 엔 이발관'을 찾는 등 자신을 낮추고 있다. 이 때문인지 그에 대한 지지도는 60%대로 역대 5, 6위에 해당한다고 한다. 총리 경선에 나설 때만 해도 지지율이 5%에 불과했던 점과 견주어 보면 놀랄 만한 반전이다.
이로 인해 그와 그의 내각은 '미꾸라지 총리' '미꾸라지 내각'으로 불리고 있다. 미꾸라지를 소재로 한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으며 도시락 업체와 미꾸라지 특산 지역 등이 '미꾸라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역대 총리들이 대부분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귀족적 면모를 보여온 데 비해 그는 정치와 무관한 가문 출신으로 고급 음식과 술을 선호한 아소 다로 전 총리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그러나 노다 총리의 앞날은 밝지 않다. 전임 하토야마 유키오, 간 나오토 총리도 출범 초에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으나 1년도 되지 않아 10%대로 추락했었다. 총리들이 단명하는 상황에서 국민적 지지보다는 정파 간 이해관계의 산물로 그가 총리가 돼 의원내각제의 폐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노다 총리는 과거의 극우적 발언과 달리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을 것이며 A급 전범 문제는 정부의 해석을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외교 문제에서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지만 한국과 중국 등 이웃 국가의 우려 어린 시선은 여전하다. 지도자가 높은 국내 지지도를 업고 출발하는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국외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김지석 논설위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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