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대구 도심 42.195㎞를 달리는 남자 마라톤 경기 때 선수들 사이로 파란색 옷차림의 자전거를 탄 사람들도 마라톤 코스를 질주했다. 2, 3명씩 그룹을 지어 달리는 자전거 앞에는'선수도착 10분 전'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라톤 경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대구경찰청 소속 경찰관 10명으로'친환경 선수보호 자전거 안전요원'들이다. 경기진행과 선수들의'길잡이' 역할을 비롯해 관람객이 경기 코스에 난입하는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마라톤 경기 당시 관람객 한 명이 선두를 달리던 선수에게 달려드는 바람에 이 선수의 최종 성적이 3위로 밀렸다. 이 사고 때문에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부터 자전거 안전요원이 처음 등장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대회 본부에 있는 요원과 무전 통신을 주고 받으며 선수들이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최선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며 "이들은 두세 명씩 팀을 이뤄 선두 그룹보다 5~10분 정도 앞서 나가 관중들에게 선수가 곧 지나간다는 것을 알리는'사전 예고'도 하는데 이는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됐다"고 말했다.
자전거 안전요원들은 선수들과 똑같이 42.195㎞를 완주해야 한다. 그래서 체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대구경찰청은 올해 3월 1만여 명의 지역 경찰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 끝에 10명을 최종 선발했다. 이들은 모두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경험자들이고 산악자전거(MTB)를 즐기는 운동 마니아. 2007년'한반도 횡단 308㎞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해 완주했던 자전거 안전요원 팀장 박희옥(56) 경위는 "이번에 선발된 팀원들은 모두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체력도 좋다. 각자 근무하는 곳이 달라 모이기 힘든 와중에도 팀원 전원이 실전 연습을 10차례나 했다"고 말했다.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세계대회인 만큼 부담감도 컸다.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선두그룹을 이끌었던 수성경찰서 강동환(47) 경위는 "혹시나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해 두 시간여 동안 잠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함께 느끼며 달렸다"고 했다. 달서경찰서 장원정(44) 경사는 "많은 관중들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동시에 지켜보며 일정 속도를 유지한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며 "경기를 무사히 치러야 한다는 책임감에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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