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역대 최고의 '성공 대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회 사상 최대 규모인 202개국의 선수'임원이 참가했고, 최첨단 시설의 경기장과 최고 수준의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연일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관중과 수준 높은 응원 문화는 전 세계 육상 팬들에겐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한국의 수도, 서울이 아닌 지방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인 대구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세계 육상 관계자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쾌거였다. 그러나 경제 창출 효과를 도외시한 사람 그러모으기에 치중한 이벤트 중심의 대회였다는 지적과 대구스타디움의 활용 방안 마련 등 여러 과제를 남기고 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과와 과제를 5회에 걸쳐 점검하고 진단한다.
◆시리즈 순서
1. 대회 총평
2. 최고의 시민의식 확인했다.
3. 대구의 브랜드업, 시동 걸었다.
4. 대구, 국제도시 도약 가능한가?
5. 대구스타디움 활성화는 어떻게
◆감탄 자아낸 경기장 시설
주경기장 대구스타디움의 각종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최첨단 HD고화질 전광판은 직사광선에도 화질이 선명하고 화면 분할(6개)이 가능해 IAAF 측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또 밝기를 1천250럭스에서 2천250럭스로 끌어올린 조명시설 덕분에 야간 경기도 대낮처럼 밝은 환경에서 치를 수 있었다. 오디오 믹서와 앰프를 교체하고 스피커를 추가 설치해 장내 아나운서의 설명 역시 관중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됐다. 트랙은 '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몬도' 트랙으로 교체했다. 파란색 트랙 색상은 선수들의 경기 집중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TV 시청자들의 부담도 줄여줬다.
한국의 우수한 IT 기술이 활용된 시설들도 호평을 받았다. 남자 110m 허들 결선에서 다이론 로블레스(쿠바)의 실격 장면도 여러 각도에서 찍은 디지털 화면으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라톤 경기에서도 출발 지점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역대 어느 대회에도 없던 시설이 등장,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대구시는 세계 최고의 육상 경기 시설을 갖춘 대구스타디움의 대회 후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체육 전문가들은 대구스타디움과 인근에 건설되는 육상진흥센터를 연계한 '육상도시 조성 프로젝트'를 마련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이번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친 국내 육상 수준을 향상시킬 것을 주문했다.
◆역대 최초의 선수촌과 한국 문화를 알린 개회식
지난달 20일 오픈해 7일 문을 닫는 선수촌은 대회 기간 내내 각종 문화행사로 선수들과 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쾌적한 주거환경은 물론 쇼핑센터, 선수촌 바, 우체국, 비디오게임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제공됐다. 한국의 멋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행사도 다양했다. 입촌 행사를 비롯해 전통문화공연, 체험행사, 생일 축하 이벤트 등이 대표적이었다.
또 선수촌과 5분 거리에 연습장을 갖춰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대회 개막 전부터 선수들이 연습장에 몰려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개회식 공연도 호평을 받았다. 통상 자국 가수 한두 명이 나와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개회식 문화공연을 대체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1시간 동안 문화공연을 통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만들었다. 모음, 다듬, 깨움, 돋움, 띄움 등 5개의 주제로 구성된 개회식은 우리 전통문화와 육상의 도전정신, 세계인의 미래비전을 엮어 관람객과 선수가 소통하는 화합의 장이 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이벤트 중심으로 꾸며진 개회식 때문에 육상 경기의 본질이 흐려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선수촌도 무료로 2천 명에 가까운 선수들에게 숙식을 제공, 호평받았다(?)는 따가운 눈길을 피할 수 없다. 이전 대회처럼 선수단이 호텔 등에 묵었다면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을 줬을 것이란 지적이다. 대구의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 창출 효과를 염두에 둔 치밀한 대회 준비가 필요했다"고 아쉬워했다.
◆대회 운영도 무난
대회 운영도 합격점을 얻었다. 각종 첨단 무인 장비와 함께 전기로 작동하는 장비를 투입해 친환경 대회로 치러졌다.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에 사용된 전동식 모래경기장 정리기뿐만 아니라 투척 용구를 회수하는 차량 등도 선보였다. 친환경 운송 수단인 서서 타는 스쿠터, 허들 운반용 전기차, 선수 이동용 전기차, 장대 운반용 전기버스 등도 자랑거리였다. 방송 장비와 경기 계측기에도 최신 장비가 동원돼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화면에 잡혔고, 부정 출발이나 실격 등도 정확하게 판정됐다.
심판들의 능력도 뛰어났다. 국제 수준의 경기 진행 능력을 갖춘 심판원 및 운영요원 등이 매끄럽게 진행한 덕분에 9일 동안 단 한 번도 경기가 연기된 사례가 없었다. 입장객 수는 역대 최고였다. 9일간 44만6천305명이 경기장을 찾아 2007년 오사카 대회(25만4천명), 2009년 베를린 대회(39만7천 명)보다 더 많았다.
문동후 대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은 "육상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지방인 대구에서 이만한 관람객이 와 준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감격스러워 했다.
선수와 호흡을 같이하는 관전 매너는 육상 선진국인 유럽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국적과 실력을 떠나 우승했거나 꼴찌를 한 선수에게도 박수와 함성을 보내는 성숙한 응원 문화는 2002년 월드컵 당시만큼이나 전 세계인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대회 사상 처음으로 경기장에 이벤트 문화를 도입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경기가 잠시 중단된 사이사이 '키스 타임'(Kiss Time), '댄스 타임'(Dance Time)을 편성, 경기장을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켰다.
특히 글로벌 무대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지방 도시가 훌륭한 대회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스포츠계의 국제 거물들도 감탄을 연발했다. 페루 출신인 이반 디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대구 대회의 성공은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대회여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회 초반 수송과 숙박, 식사 서비스가 미흡해 서울지역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들 문제점에 대해 조직위가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대구시와 조직위가 잇따른 국책 사업 유치 실패로 사기가 떨어진 대구시민들의 감정을 자극, 관중 동원으로 연결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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