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명의 배우로 극을 이끌어가는 2인극. 갈등 구조를 명확히 해 관객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지만 자칫 지루해지고 단조로워진다는 위험이 따른다. 이런 면에서 극단CT(대표 전광우)가 제작한 연극 '사랑한다, 웬수야'는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멀티맨의 등장 없이도 시나리오와 배우의 힘으로 잔잔한 재미를 주면서 '롱런'을 달리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해 5월 소극장 엑터스토리에서 초연된 이래 꾸준히 소극장을 옮겨가며 앙코르 공연을 했고 현재 소극장 아트플러스씨어터(대구 중구 공평동)에서 3차 앙코르 공연 중이다. 그만큼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 연출을 맡은 이홍기(극단 돼지) 대표는 "극에서 배우의 힘이 절대적이다 보니 부담이 적잖았지만 남녀의 심리적인 요소를 잘만 묘사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80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크게 만남과 사랑, 결혼, 가족이라는 주제 아래 현대 남녀의 심리를 적절히 묘사했다. 전체 줄기는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순수녀와 외모'쾌락에 목숨 거는 늑대남의 티격태격 사랑이다.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첫 만남이 이뤄지는 가운데 남자는 야한 농담으로 여자에게 저돌적으로 대시한다. 여자는 그런 남자의 행동이 별로 마음 내키지는 않지만 능수능란한 남자의 말과 행동에 점차 마음이 끌린다. 서로 밀고당기는 사이 남녀의 사랑은 깊어지고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다. 아이를 낳고 남자는 가장으로, 여자는 가정을 지키는 아내이자 어머니로 서서히 변해간다.
우리 주변에서 쉽사리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이지만 탄탄한 전개와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이를 맛깔스럽게 표현하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때문에 마치 한 편의 일일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이 대표는 "배우의 연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배우들은 지난해부터 워크숍을 통해 이 연극에 특화한 연기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고 설명했다.
앙코르 공연에 돌입할 때마다 변화를 주는 점도 장기 공연을 가능케 하는 힘이다.
대표적인 것이 무대. 이번 공연에서는 샤막(대형 천)을 이용해 샤막 안에서 조명을 켜면 안이 보이는 반면 막 밖에서 조명을 켜면 내부가 보이지 않게끔 했다. 관객의 훔쳐보기 심리를 이용한 일종의 장치다. 이 대표는 다음 앙코르 공연에서는 또 다른 무대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젊은 연인들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10월 30일까지 공연한다. 문의 053)256-0369, 053)422-7679.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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