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으로 가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청송은 경상북도 중동부에 위치하고, 낙동정맥의 중심에 있다.
태고의 비경을 간직한 국립공원 주왕산과 주산지, 피나무재, 얼음골 등 가는 곳마다 명승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청송을 찾아가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기찻길과 고속도로조차 지나지 않는 전국의 몇 안 되는 군(郡) 지역으로 사방으로 넘어야 할 고갯길이 있어 교통의 오지인 것이다.
대구에서 영천을 거쳐 청송으로 가는 길은 노귀재를 거치고, 포항에서는 꼭두방재를 거쳐 삼자현재를 넘어야 청송으로 올 수 있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비행기와 기차를 타고 먼 길을 와서는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에 몇 번이고 졸다가 깨기를 거듭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청송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생태가 가장 잘 보전된 천혜의 자원이 원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청송은 김주영 작가의 대표작 '객주'(客主)의 배경이자,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무대인 주산지가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대석학 퇴계 이황은 조정의 내관직을 버리고 진성 이씨 관향지이고 시조 산소가 배향되어 있는 고을인 청송부사(현재 군수)를 원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단양부사로 가게 되어 섭섭함을 시로 남겼다고 한다.
청송백학수무분(靑松白鶴雖無分'푸른 솔에 흰 학은 비록 연분이 없으나)
벽수단산신유연(碧水丹山信有緣'파란 물과 붉은 산은 과연 인연이 있구나!)
퇴계 선생은 자연을 가까이하는 마음이 남달랐다고 한다.
그래서 신선이 살았다는 청송의 빼어난 자연경관에 반해 이곳에서 학문에 몰두하기를 간절히 원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직까지 청송이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사방에 자리 잡은 여러 고개(재'영(嶺)'현(峴)) 덕분이 아니겠는가. 오지 중에서도 오지인 청송은 그만큼 제 모습 그대로의 자연을 자랑한다.
이 가운데 청송 삼자현(三者峴)재는 사계절 옷을 갈아입는 낭만이 있는 곳이다. 그림 같은 조형물이 있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가는 길이다.
◆삼자현의 숨은 전설
삼자현재(해발 530m) 고갯길 아래 계곡에는 청송자연휴양림이 있다.
빈병을 쌓아 만든 화단, 통나무로 지은 거대한 여치집, 장독대, 돌탑 등 특이한 조형물이 길가에 즐비하다. 손님을 맞는 청송군의 정성이 느껴진다.
대구에서 버스를 타고 영천에서 청송군 경계를 넘으면 첫 정류소가 현서면 화목마을이다.
화목에서 안덕면을 지나 현동면 도평리에서 부남면 대전리 사이에 큰 고개가 있으니 그 거리가 30리(12㎞)라고 하며 꼬부라진 수십 굽이를 돌고 돌아서 오르는 그곳은 버스도 숨이 가쁜 듯 헐떡이며, 거북이걸음으로 꼭대기에 오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고갯마루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흡사 비행기를 타고 지상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든다.
도로라고는 하나 길이 험한 데다 좁아 고개 가운데에서 마주 오는 차를 만날 때면 서로 피해 가기에 진땀을 빼야 하고 그로 인해 사고도 많았었다.
청송이 도내에서도 손꼽히는 산골로 알려진 것도 아마 이 고개 때문에, 교통이 불편하고 외부와의 교류가 빈번치 못한 탓이라고 생각된다.
바로 이 고개가 삼자현(三者峴) 고갯길이다.
일제강점기 때의 신작로가 그대로 있던 노귀재에서 1985년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던 황병우(78) 씨가 '맨발의 행군' 이후 1986년 현서∼청송 간 52㎞ 도로 확장'포장 공사가 시작돼 1990년에 완료, 지금에 와서는 교통 소통에는 별문제가 없으나 겨울철 폭설로 교통이 가끔 통제되기도 한다.
구전에 의하며 영천'대구 등지에서 시집오던 새댁이 세 번을 울며 시집을 왔다고 한다.
노귀재를 굽이굽이 넘으면서 두고 온 부모 형제 생각에 한 번 울고, 삼자현 마루에서 내려다보니 첩첩산중이라 고추보다 매운 시집살이 걱정에 두 번 울고, 시집에 와서는 친정에 갈 일이 구만리라 세 번 울었다 한다.
'삼자현'(三者峴) 즉 '서넘티' 또는 '서넘재'라고 불리고 있다.
삼자현 정상은 해발 522m로 차도가 개설되기 전 사람과 우마가 겨우 넘어갈 수 있는 험준한 고갯길이었다.
울창한 숲과 높은 고지인 이곳에는 도적의 무리와 사나운 짐승이 많아 이 고개를 넘으려면 세 사람 이상이 동행해야 화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고개를 넘고자 하면 재 아래에서 기다리다가 세 사람 이상이 되면 넘었다.
해서 '서넘재' 또는 '삼자현'이라고 한다. 지금은 고개 정상에 휴게소가 있고, 주변에 청송자연휴양림이 있어 청송을 찾는 관광객의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관광객들의 볼거리 제공을 위해 삼자현 고갯길에 설치한 조형물
삼자현 고개는 굽이굽이 돌 때마다 경관조림사업으로 잘 조성된 산림을 볼 수 있다.
웅장한 소나무와 함께 단풍나무로 이어진 거리가 16㎞이다.
군데군데 발길을 멈추고 사진 촬영을 하고 싶은 멋진 조형물도 있어 자연과 함께 인간이 공존하는 청송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다.
부남면 대전리 삼자현재 도로변에 설치해 둔 민속조형물 '여치집'은 청송을 찾는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여치집은 마땅한 놀이가 없던 예전 어린이들이 밀짚으로 만들어 여치를 잡아넣어 길렀던 집이다. 삼자현재에 설치된 조형물은 높이 6m의 나무로 만든 여치집으로 옛것을 접할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자연학습 자료가 되고 있다.
삼자현재 도로변에 자연이 빚은 청송전통옹기로 만든 장독대, 뒤주, 디딜방아, 돌우물, 초가집, 희망을 담은 솟대, 돌탑 등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조형물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삼자현 고갯길에는 봄, 여름이면 소나무가 뿜어내는 솔향기 가득 담은 바람이 불어와 영혼까지 맑게 해주고 가을이면 푸른 소나무와 오색 단풍이 수놓아지는 곳이다. 또 겨울의 눈 덮인 고갯길은 순백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한다.
◆삼자현 고갯길 역사 속으로
삼자현은 제4차 국토종합계획상 남북6축을 연결하는 주요 간선도로로서 급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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