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경원-한명숙 '여풍 대결' 물건너가나

'안철수-박원순' 단일화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퇴 이후 여야에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거명돼 온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두 여성 지도자는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 나란히 출마해 헌정 이후 처음으로 서울시장직을 두고 여성후보 간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뜻을 표명하고, 곧바로 안 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간 후보단일화가 성사되면서 두 여성 정치인의 위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먼저 한나라당 내부 인사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나 최고위원은 '안철수 신드롬'과 후보단일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안의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나 최고위원이 '박-안' 단일화 후보와 맞서기에는 다소 힘이 부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지도부는 외부인사 영입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나 최고위원과 박 변호사에 대한 지지층(젊은 유권자)이 겹치는 측면이 있어 고민"이라며 "나 최고위원의 강점인 대중적 인기에 포커스를 맞출 경우 승산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 나 최고위원은 홍준표 대표최고위원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다.

물론 최고 지지도를 바탕으로 별다른 대안도 없이 시간을 끌면 안 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아 '나경원 카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 4'27 보선 당시 시간을 끌다 망신을 당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한 전 총리 역시 '재수생 프리미엄'에 힘입어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야권 후보로 평가받아 왔으나 '안철수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박 변호사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두 사람은 6일 오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선으로 만나 궁극적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루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선거에서 석패한 여성 중진정치인이냐, 참신한 새 인물이냐에 대한 국민적 선택에 따라 단일후보가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안 원장 신드롬에서 나타난 민심은 '새 인물'쪽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뇌물수수 관련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부담도 안고 있다.

그래서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여풍 경쟁은 불발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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