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철수 현상' 신드롬일까, 신기루일까?

대선구도 변수 등장…박근혜 대항마 되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하자 정치권은 곧바로 '안철수 대권행'을 점치고 있다. 여야를 넘어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박근혜 대세론'도 안풍(安風)에 주춤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긴급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안 원장을 대입할 경우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 없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정치권에 충격파를 던졌다. 관계기사 6면

안 원장은 7일 출근길에 대권 출마에 대해 "가당치도 않다", 6일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는 "(대선 출마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읽힌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하지만 정치권에 느닷없이 나타난 '안철수'라는 존재가 기존 정치권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혐오감까지 가진 부동층을 흡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박근혜 대항마'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잘 짜여진 정치 시나리오 같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안 원장의 등장은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의사의 길을 접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전문가로 성공한 스토리와 기성 정치에 때묻지 않았다는 신선한 이미지가 정치권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언론에 자주 노출됐고, 최근에는 '시골의사' 박경철 씨와 전국을 유랑(청춘 콘서트)하며 젊은층을 만나 인지도와 대중성을 높였다. 박원순 단일화에 따른 자기희생도 '아름다운 양보'라며 네티즌들로부터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후보 자리를 양보받은 박 변호사가 민주당 등 야권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지, 성공했지만 본선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여전히 변수다. 잘못될 경우 안풍이 약화되거나 불씨가 꺼질 가능성도 있다. 정치에 문외한인 점, 반짝 등장에 낀 지지율 거품, 준비성 부족, 검증을 거치치 않은 대권 직행은 취약함으로 연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표가 "'대권 시간표'를 조정해 조기 등판한다면 안 원장의 등장은 오히려 좋은 기회"라는 여권 내부의 분석이 나온다. 안 원장 같은 비정치권 인물이 돌출한 것을 '예비고사'로 보고 '본고사'에 보다 잘 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또 박 전 대표가 오래 준비한 정책 보따리를 풀고, 각 분야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꺼내놓는다면 "준비된 대통령감"으로 국민에 다가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원칙과 신뢰'의 이미지와 국가균형발전 의지, 복지 철학 등은 다른 후보들보다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원장의 등장은 박 전 대표에게 여전히 숙제로 지적되고 있는 취약한 수도권과 젊은층의 지지를 어떻게 설득해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 부족한 현장감, 유권자들의 갈증을 일으키는 스킨십 부족 등의 지적에 대해 이른 시일 내 답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다자 대결에서는 우세, 양자 대결에서는 백중세를 나타낸 것은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6일 뉴시스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천10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가상 양자대결은 안철수 42.4%, 박근혜 40.5%로 오차범위(±2.94%) 안에 있었다. 하지만 다자구도에서는 박 전 대표가 33.4%, 안철수 19.5%였으며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순이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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