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규리의 시와 함께] 뻘

꼬막은 힘으로 벗기는 게 아니다 지문으로 리듬을 타서 벗겨야 한다고 갯벌식당 아줌마는 배시시 일러준다 여자灣 개펄이 길러낸 벌교 사람들은 깊고도 찰지다 뻘 같은 세상 속에서 한겨울 꼬막처럼 일찌감치 속살이 찼다 양식이 안 되는 참꼬막같이 탱탱한 벌교 사내들 앞에서는 주먹자랑 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개펄같이 푹푹 빠져드는 벌교 아낙의 말씨는 꼬막처럼 쫄깃쫄깃하다 널배로 기어다니며 피었다 지는 아낙들, 갯비린내 물쿤물쿤 나는 뻘이라는 말의 안쪽에는 빨아 당기는 힘이 있다 질긴 목숨들이 무수히 들러붙어 있다.

  최서림

 

진짜로 꼬막 먹는 재미는 까는 재미인 거 아시나. 고거 손톱보다 더 단단한 톱니를 물어 누가 이기나 필살기로 덤벼들어 까먹지. 여린 손톱 두어 개 쯤 상해도 벌린 꼬막 사이 말캉한 살점과 흥건한 물 먹는 그 재미라니. 상 위에 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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