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비롯됐지만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민주주의 틀을 깰 수 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7일 오후 매일신문사에서 열린 제2기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 제3강의 초청 강사로 나와 최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안철수 열풍'에 대해 이 같이 경고했다. 정 전 대표는 "안철수 열풍은 여야갈등은 물론 같은 당 안에서도 친이, 친박 등으로 갈려 있는 당내 계파 갈등 등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기존 정치권은 깊이 반성하고 분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 전 대표는 "현재 전 세계에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경제 위기는 시장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을 뒤흔들 정도로 큰 위기다"고 전제한 뒤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거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정치에 실망하고 당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그러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안 교수는 정치권과 대기업에 대해 비판적이다' '지금은 상당히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그의 언행을 보면 겉모습은 부잣집 아들 같지만 내면에는 분노가 많은 것 같다' 며 개인적 느낌을 소개한 정 전 대표는 "서울시장을 하든 대학교수를 하든 분노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결국 자기를 파괴하고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안 원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정 전 대표는 또 "화가 난 이유를 알겠지만 분노만 가지고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치를 하려면 냉정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세상에 무슨 문제제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향후 관계 설정을 묻는 수강생의 질문에 대해서는 최근 자신이 펴낸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을 두고 박 전 대표 측과 진실공방을 벌인 것을 의식한 듯 "박 전 대표를 많이 좋아한다. 장점이 참 많은 사람이다. 앞으로 사이가 좋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전 대표는 강연 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박 전 대표 측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는 책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거짓말이 아니다. 뉘앙스가 다를지 몰라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 전망과 관련해서는 "최근 무상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어차피 국민세금이다. 정치인들이 미래 비전에 대해 제시할 실력이 없으니 이 같은 포퓰리즘을 너도나도 표방하고 있다"며 "서민들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이용하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대표는 "선거라는 것은 국민 대토론의 시간이다. 우리가 기본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국민들이 생각하고 정치인들이 토론하는 진지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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