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물의 세계] 동물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공생(共生)

요즈음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은 지역 개발, 신도시 확장 등으로 인해 야생동물의 생활공간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야생동물 생활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을 통해 환경이 개선되는 것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대구를 가로지르는 신천에 수달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보전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에 발맞춰서 야생동물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야생동물치료센터를 운영하다 보면, 시민들의 신고로 인한 해프닝도 많이 벌어진다. 몇 달 전, 오전 3시경 신천에서 한 시민이 수달 새끼 4마리가 있는 것을 보고 소방서에 신고해서 구조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 출동해 보니, 수달이 아니라 너구리 새끼였다. 수달이 잡혔다는 소문이 여러 관계기관으로 전해진 상황이라서 이른 아침부터 관계자들이 병원으로 찾아왔다. 정황을 이야기해 주자 다들 웃으며 돌아갔다. 수달은 보통 한 배에 2마리 정도를 낳는다. 4, 5마리를 낳은 사례도 있지만 매우 드문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끼 4마리가 모여 있는 채 구조가 되었다면, 수달이 아닐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난주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생겼는데, 오후 11시경에 신천 상류지역인 가창 지역에서 수달 새끼 1마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출동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달이 아닌 족제비 새끼였다. 다음날 아침에 여러 관계기관에서 수달의 상태를 묻는 연락이 왔고, 정황을 이야기해 주니 다들 또 한 번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다. 수달은 족제비와 생김새가 유사해서 족제비를 보고 수달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수달은 성장이 끝나면 몸통의 크기가 50~70㎝ 정도로 족제비의 2배 정도 크기가 되고 털 색깔이 좀 더 짙다. 이런 일들이 야생동물에 대한 시민의식이 개선되어서 생겨난 일이라 생각하면 마냥 안타까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수달은 세계의 각종 보고서를 통해 심각한 멸종위기 단계에 있는 동물종으로 보고되어 있다. 2009년 대구경북야생동물연합의 '신천, 금호강 일대 수달 생태조사'에 따르면, 약 15마리의 수달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달의 발자국이나 배설물 등을 통한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대구를 가로지르는 하천에 멸종위기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은 자연환경이 잘 보전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야생동물을 짐승, 금수(禽獸)라고 부르며, 사납고 해가 되는 동물로 인식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등 여러 보호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야생동물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라면 사람도 살아갈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사람들이 야생동물에 대해 더욱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보호하며 함께 살아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가 더욱 잘 보전될 것이다.

최동학 동인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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