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찾아온 외지 손님들이 유난히 많다. 올해가 한국방문의 해이자 대구방문의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기간 중 대구 중심가인 동성로는 외국인들의 물결로 넘실거렸다. 그들은 쇼핑도 하고 대구의 대표 먹거리를 찾았다. 대구에는 10미(味)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내당동 반고개 무침회'다.
◆내당동 반고개 무침회의 역사
대구 사람들은 '내당동 무침회'보다 오래전부터 '반고개 무침회'로 불러왔다. 그래서 더 익숙하다. 반고개 무침회 역사는 40여 년 전,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전쟁을 겪은 터라 생활이 어렵던 시절이었다. 옛 구남여상 근처 반고개 마을 중간쯤 허름한 실비집 '진주식당' 주인 '화끈할매'가 경상도 지역의 큰일에는 빠지지 않던 '무침회'를 안주로 내놓은 것이 무침회 골목의 태동이었다. 매콤달콤한 그 무침회 맛에 반한 광주 출신 한모 씨가 화끈할매를 졸라 그 비법을 알아낸 후 인근에 '호남식당'을 차린다. 무침회는 술안주는 물론 밥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어 서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장사가 잘되자 근처에 있던 밥집들도 너도나도 '무침회'를 주요 메뉴로 따라 내놓기 시작했다. 무침회 식당이 점차 번창하자 골목 주변에서 장사하던 다른 업종의 가게들도 모두 '무침회' 식당으로 전업, 반고개 일대가 무침회 골목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40년이 지난 현재 15곳의 식당이 영업을 하고 있다.
◆무침회 그 맛!
무침회는 매콤함과 달콤함을 함께 즐기는 맛이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강한 매운맛에 대해 "성격이 화끈한 경상도 특유의 기질과 닮았다"고 평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무침회의 매력에 대해 "먹을수록 그 오묘한 맛의 이끌림에 빠져든다"고 말한다. 무침회의 탄생은 내륙도시 특유의 식생활에서 비롯됐다. 대구는 바다에서 먼 내륙지역의 특성상 신선한 회를 맛보기 어려웠다. 회 맛을 보기 위해서는 오징어를 살짝 데쳐 야채와 함께 양념에 버무려서 먹는 방법 이외에는 거의 없었다. 요즘은 소라, 우렁이 등 재료를 추가하여 무 채, 미나리 등 상큼한 맛을 내는 채소와 함께 즉석에서 초고추장과 마늘, 생강 등을 섞은 양념에 버무려 낸다. 매콤새콤한 특유의 맛은 이제 대구를 대표하는 맛이 됐다.
◆맛있게 먹는 법
내당동 반고개 무침회의 특성은 처음엔 별로 맵지 않다가 먹을수록 매운 강도가 강해진다. 하지만, 절대 멈출 수 없다. 매운맛의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매운맛은 재첩국과 천생연분이다. 재첩국을 마시면 신기하게 매운맛이 확 줄어든다. 무침회는 상추에 싸 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무침회를 먹다가 양념이 남으면 김 가루를 넣고 밥에 참기름으로 비벼 먹는 맛도 일품이다. 단골손님들은 그 맛을 놓치지 않는다.
◆골목 분위기
저렴한 가격에 풍성한 양이 특징이다. 이젠 그 명성이 퍼져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다. 반고개 무침회 골목은 도시철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반고개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지척이다. 농협 내당점에서부터 명성약국까지 약 330m 정도의 거리 양편에 무침회 식당이 즐비하다. 마산, 호남, 대궁, 똘똘이 식당이 나란히 붙어 있는 아랫마을이 원조 동네다. 이후 점차 윗동네로 확산됐다. 식당마다 맛은 엇비슷하다. 하지만 식당마다 단골손님들은 다르다. 주문할 때 입맛에 따라 '덜 맵게' '아주 맵게' 등으로 요구해야 한다. 별도의 주문이 없으면 '보통 맛'으로 나온다. 가격은 식당마다 조금 차이는 있다. 무침회 한 접시에 평균 1만3천원(소), 1만6천원(대) 정도다.
◆골목 지킴이 역할 푸른회식당 황영준 대표
"우리 반고개 무침회 골목은 대구시민은 물론 이제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 골목으로 정착했습니다."
반고개 무침회 골목 지킴이는 푸른 회식당 황영준(58) 대표가 맡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985년에 이곳에 정착, 26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이 골목은 다른 먹거리 골목과는 달리 40년의 역사에 비해 번영회 활동은 거의 유명무실한 편이다. 황 대표가 서구청에서 세워준 '반고개 무침회 골목' 간판을 관리하는 등 골목 지킴이를 역할을 하고 있다. 무침회 골목은 아랫동네가 원조마을이다. '호남 원조 무침회'와 '똘똘이 식당'이 처음 영업을 시작해 점차 윗동네로 번져 나갔다. 황 대표는 "반고개 무침회 골목은 이제 전국에서 손님이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발전하기 위해 단합이 필요하다"며 "곧 번영회를 만들어 대구의 대표적인 골목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홍섭기자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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