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대구 동구 지저동 공군기지 앞 금호강 지류 방촌천. 대구 동구청 공무원 10여 명이 하천에 들어가 그물망으로 죽은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있었다. 이들이 준비한 양동이 10여 개에는 죽은 물고기가 금세 가득 차 비린내를 풍겼다. 바닥에는 죽은 물고기 수백 마리가 빼곡히 깔려 있었다. 한 공무원은 "이렇게 많은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광경은 처음 본다"고 혀를 찼다. 드문드문 살아있는 물고기들이 눈에 띄었지만 물 밖으로 입을 뻐끔뻐끔 내밀며 힘없이 떠내려갔다.
같은 시각 동구 해안동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방촌천에도 공무원 서너 명이 죽은 물고기를 건지고 있었다. 함께 물고기를 건져내던 주민 박모(65) 씨는 "1주일 전부터 죽은 물고기 수십 마리가 물에 둥둥 떠다녔다"며 "방촌천 전체에 죽은 물고기 수만 마리가 떠올랐다는데 독극물이 유출된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했다.
대구 동구 해안동과 방촌동, 입석동을 따라 흐르는 금호강 지류 방촌천 5㎞ 구간에 붕어, 미꾸라지 등 물고기 수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주민들은 이전부터 물고기 떼죽음이 잇따르고 있지만 원인을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
방촌천 인근 주민들은 물고기의 떼죽음이 이번만이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 차례 신고를 했지만 동구청이 원인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주민 김모(50) 씨는 "올 초에도 죽은 물고기 수십 마리가 물 위로 떠올라 직접 동구청에 신고를 했는데 담당 직원 몇 명이 와서 죽은 물고기만 서둘러 건져갔을 뿐 원인 규명은 하지 않았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대구 동구청은 하천 인근 논에서 농약이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또 고질적인 생활하수 유입 문제도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죽은 물고기 떼가 처음 발견된 하천 인근의 논에서 농민들이 벼의 잎마름병 방지를 위해 농약을 뿌렸다는 정황을 파악했다"며 "복개된 이후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하수도나 다름없는 방촌천으로 유입되는 생활하수도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동구청은 하천물을 채취해 대구보건환경연구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고, 1주일쯤 뒤에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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