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륵과 가야금, 거북과 용, 그리고 가산바위의 전설과 마애불의 따뜻한 미소….'
말 많고 탈도 많았던 낙동강사업의 결과물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낙동강 8개 보(洑)
공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다음달 물을 담은 뒤 본격 가동에 나선다. 자전거도로를 비롯해 생태습지, 체육시설, 쉼터와 산책로 등 수변 생태공간도 제 모습을 조금씩 보이고 있다.
2009년 말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사업을 본격 시작하면서 환경영향평가 졸속,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 무리한 공기 단축, 안전사고 등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한편에서는 친환경 개발, 소수력 발전, 홍수피해 방지 및 물 부족 해결, 수질 개선 등에 대한 긍정적 효과와 기대가 함께 했다.
9월 현재 낙동강사업의 핵심공사 중 하나인 보 공정률이 98.5%를 기록하고 있으며, 다음 달까지 보 주변 생태공원을 비롯한 수변생태공간 조성을 완료하고, 12월 상반기까지 509㎞에 이르는 낙동강 구간 자전거도로를 완공할 예정이다. 하천정비사업과 농경지리모델링사업도 올해 말까지 모두 마무리한다.
낙동강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3개 댐을 제외하고 대부분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대구경북 구간별 사업현황을 살펴본다. 향후 이 사업의 긍정'부정적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고령, 달성구간(22~23공구; 강정고령보, 달성보)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고령군 다산면을 잇는 강정고령보(길이 953.5m)는 전체 공정률 97%를 보이고 있다. 인공적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가동보의 2개 수문은 폭 45m, 높이 11.6m로 동양 최대이며, 저수량은 운문댐(1억2천600만t)과 비슷한 1억800만t이다. 연간 3천여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소수력발전시설(1천500kw×2기)과 물고기의 이동통로인 '어도(魚道)'가 마련됐다.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 16개 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클 뿐 아니라 디자인도 뛰어나 예술적 가치가 높다며 국내 최고의 명품보라고 자랑하고 있다. 그런 만큼 4대강 사업 가운데 정부 차원의 첫 개방행사를 다음달 22일 이 보에서 갖는다.
이 보의 가장 큰 자랑은 강 주변 경관과 어우러진 가야 토기와 가야금, 대구의 패션과 첨단과학 등을 형상화, 지역의 특색을 잘 살려 디자인한 문화공간이다. 보 위에 설치한 S자 형태의 '우륵교'(공도교;公道橋)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과 고령군 다산면을 연결, 차량통행과 함께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강 풍경을 감상하도록 했다. 가야토기와 가야금 12현의 형상을 본뜬 전망대, '탄주대'는 나무데크 바닥의 구멍으로 강 밑을 볼 수 있다. '낙락섬'은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강수욕을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고, 9개의 톱니바퀴가 달성군 9개 읍'면을 상징하고 있다. 우륵교의 끝자락에는 길이가 제 각각인 12개의 파이프를 묻어 풍금소리를 연출하는 '물풍금'이 있다. 형형색색의 야간 경관조명시설, 철새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는 생태학습장,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며 콘서트도 즐길 수 있는 간이무대 등도 갖춰져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강정고령보 최병습 건설단장은 "고령군의 가야문화를 대표하는 가야토기와 가야금, 달성군의 신라문화'첨단과학 이미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국내 최고의 명품 보로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과 고령군 개진면을 잇는 달성보는 총연장은 579m로, 가동보의 특성을 활용해 홍수시 문을 완전히 열어 물을 흘러내리고, 홍수 말기에는 저층수 배제로 퇴적된 토사가 잘 빠지도록 한 특징을 갖고 있다. 공도교의 형식은 복합트러스 거더교로 주변 환경과 조화로운 개방형의 특징을 갖고 있고, 소수력 발전소를 갖췄다.
수질오염을 막기 위해 폭기시설과 고사분수를 도입, 정체수역의 수질을 개선했으며, 자연형 및 인공형 어도를 설치해 어류 생태 연결로를 확보했다.
달성보 주변 낙동강에는 나루터를 복원하는 한편 친환경 레저스포츠 활동 거점지역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칠곡구간(24공구; 칠곡보)
옛날에 칠곡군 가산 고을에 유명한 한 장사(壯士)가 있었는데, 모두들 '가산장사'라 불렀다. 그 장사는 금강산 유람을 가서 주머니에 조약돌을 잔뜩 넣어 돌아오는데, 가산에서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조약돌 하나가 굴러 떨어지게 됐다. 그때 떨어진 조약돌이 바로 거대한 가산바위가 되었다. 가산바위 한가운데 있는 큰 구멍이 나 있는데, 가산장사가 소변을 보는 바람에 뚫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칠곡보는 바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가산바위의 전설을 구현한 철우(鐵牛)이야기로 역사테마형 스토리텔링을 부여하고 낙동강 물길을 형상화해 건립하고 있다.
석적읍 중지리∼약목면 관호리 낙동강 제방(예야제) 사이 400m 길이로 설치됐다. 주 수문을 분산 배치해 수리적 안정성을 확보했고, 주 수문과 보조 수문을 통해 저빈도 홍수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자연형 어도와 풀형 어도는 물론 여울 3곳을 설치해 소상 어류의 휴식공간도 제공할 예정이다.
◆구미구간(30공구; 구미보)
장수와 복의 상징인 거북, 수호의 상징인 용을 형상화한 구미보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구미 해평면사무소에서 25번 국도를 따라 선산 방향으로 가다 만나는 신라 최초의 사찰, 도리사를 조금 지나나마자 왼편에 자리 잡은 구미보(640m). 낙동강 동쪽 해평면 월곡리와 서쪽 선산읍 원리를 잇는다.
거북 형상의 중앙 '권양대'에는 전망 타워를 설치해 360도 조망이 가능하고, 관람객이 공도교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도록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보 주변에는 또 어도관찰대와 관찰데스크, 자전거도로, 통합관리센터, 야외학습장 등 생태학습장이 들어선다. 생태환경공원 조성을 통한 관광객 유치가 기대된다.
구미시는 구미보를 중심으로 수상비행장과 하천연구원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오는 2014년까지 16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구미보∼구미대교 간 1㎞에 수상 활주로를 갖춘 수상비행장을 건립해 2대의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하고, 정박장과 탑승로, 기상관측시설, 터미널, 편의시설 등을 갖춘다.
또 선산읍 원리 일대 1.16㎢에 하천통합 연구관리시설과 수질'생태관리연구소, 하천 전시홍보관 등으로 구성된 하천연구공원도 건립할 예정이다.
구미시 고아읍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하천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구미 지산동 산호대교 인근에서 상류 쪽 고아읍 괴평리까지 낙동강 둔치에 350억원을 들여 2013년 3월까지 생태하천조성사업을 완공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강변체육공원, 자연학습원, 하훼원, 종합경기장 등을 비롯해 자전거도로, 산책로, 피크닉장, 사계절풍물원, 강수욕장 등 시민 여가공간도 꾸밀 예정이다.
◆의성, 상주구간(32~33공구; 낙단보, 상주보)
낙단보도 공정률 92%를 기록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낙단보 하류에는 생태계 보전과 주민 쉼터를 연계한 수변생태공원이 조성된다. 낙단보 하류 상주시 낙동면 낙동리에는 테마가 있는 '나래공원'이, 구미시 옥성면 옥관리에는 계절별 테마와 이야기가 있는 '미르공원'이, 구미시 도개면 가산리에는 생태계 보전을 위한 생태연못과 쉼터가 있는 '초화원'이 각각 조성된다.
이들 공원에는 광장, 축구장, 야생초 화원, 구근초 화원, 해오름전망대, 농경지체험원, 조류 관찰원, 잠자리 서식처, 어류 서식처, 들꽃 군락지, 산책로. 갈대밭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낙단보에는 특히 보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6일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에서 가로 1.5m, 세로 2m의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좌상이 발견돼 불교계는 물론 전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이 마애불은 지난해 10월 29일 중요문화재(보물)로 가지정됐다. 현재 '인근에 제2의 마애불좌상이 존재한다'는 주민들의 제보에 따라 문화재청이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토해양부는 마애불좌상이 발견된 의성 단밀면 생송리 일원에 마애불좌상 보존과 함께 새로운 문화공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달성'칠곡 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고령'정창구기자jungcg@msnet.co.kr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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