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천만원짜리 조종사 교육, 취업은 못할 판

울진비행훈련원 수료생들 비행실기 200시간에 불과

최근 울진비행훈련원에서 배출된 수료생들이 항공사 취업에는 성공했지만, '반쪽자리' 취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앞으로 항공사가 훈련원을 통해 배출된 인력을 계속 받아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지난달 아시아나 항공은 조종사 보조인력(인턴) 모집 공고를 낸 뒤 훈련원 수료생들을 특별전형 형태로 채용했다.

아시아나 측은 "수료생들의 비행시간이 200시간에 불과해 국내 항공사들의 채용기준 비행시간(250~1천 시간)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국토해양부와 협의해 특별전형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이들의 취업보장이나 배출될 수료생들을 지속적으로 받아줄지 여부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 교육생은 "외국보다 저렴한 학비로 항공사 조종사가 될 수 있다는 정부 말만 믿고 큰돈을 들여 울진비행훈련원에 들어왔는데, 수료 후에 항공사 지원 자격이 안 된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수료 후 항공사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되도록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예산문제를 들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울진비행훈련원의 교육비(1년 과정)는 정부보조금 1천만원을 합쳐 5천만원선. 비행실기 교육은 PPL(항공기자가용면허)을 시작으로 IFR(계기비행면장), CPL(사업용운송용면장), MEI(이착륙을 명시하는 자격증), SIM(시뮬레이션 훈련) 등을 거치며 200시간을 채운다. 국내 항공사들의 채용기준 비행시간에는 한참 부족하다.

훈련원 사업자인 항공대와 한서대 모두 추가 비행시간을 채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있지만 3천만원가량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교육진행이 쉽지 않다. 울진에서의 생활비까지 감안하면 외국에서 자격증을 따는 비용(1억원)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교육생들의 주장이다.

교육생들은 "조종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퇴직금까지 쏟아부었는데, 추가훈련을 위해 또다시 돈을 마련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토해양부가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조종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사업을 추진한 것이 되레 청년실업을 양산하는 꼴이 됐다"고 비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교육생들을 위해 추가 훈련비 지원이나 수료 후 항공사 취업을 보장하는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며"하지만 채용 이후 항공사 내부 훈련을 통해 완전한 조종사가 될 수 있도록 항공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울진비행훈련원 수료생을 위한 내부훈련 등 별도의 프로그램은 없으며, 필요하다면 개인 돈을 들여 해외연수나 비행보조를 통해 개인역량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며"분명한 것은 조종사가 모자라기 때문에 일정 요건을 갖춘 인재만 배출된다면 취업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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