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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먹는 먹거리에 입맛…제사상 차림도 표준·소량화

시대가 변하면서 제사 음식에도 변화하고 있다. 가정마다 음식 특색이 사라지고 표준화가 되고 있는 것. 또 핵가족화가 심화되면서 제사상 차림의 음식 분량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02년부터 제사상 차림 대행업을 해 온 한국제사상차림 정복희 원장은 "예전에는 각 주문하는 사람들마다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사항이 다양했지만 요즘은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하는 가정이 대다수"라고 했다. 가가례(家家禮)란 말이 있을 정도로 집안마다 특유의 전통이 있지만, 요즘에는 그런 문화가 사라지고 편리함을 추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음식은 규격화돼가는 분위기다.

정 원장은 "꼬치전만 해도 예전에는 '우엉이나 소고기를 꼭 넣어달라' '햄은 빼달라'는 식의 요구가 다양했지만 요즘은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다만 '깨끗하고 맛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동그랑땡'만 해도 예전에는 직접 고기와 야채를 버무려 손으로 빚어 만들었지만 요즘은 제품으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사먹는 제품에 입맛이 길들여지다보니 고객들도 제품으로 만들어진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구는 돔배기는 빠지지 않는 편이며, 아직도 배추전을 선호하는 가정이 꽤 많다는 정도다.

정 원장은 10여 년의 세월 동안 제사 음식에 생긴 변화 중 하나는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을 싫어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제사상에 말린 문어 한 마리를 올리는 것이 기본이었지만, 요즘은 딱딱한 음식을 싫어하다보니 문어 숙회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상차림 주문의 분량도 크게 줄었다. 정 원장은 "예전에는 15인분가량을 주문하는 가정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7, 8인분 주문이 가장 많으며, 심지어는 2, 3인분짜리 제사상을 주문하는 가정도 꽤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윤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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