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중국 지식인들에게 사회주의 이념을 전파한 동아시아 운동의 선구자인 고토쿠 슈스이(幸德秋水'1871~1911)는 1907년에 일본의 조선 식민화에 반대한다는 위험한 글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문제적 인물이었다. 안중근 의사가 처형당하고 3개월 후인 1910년 6월 고토쿠 슈스이는 천황 암살을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된다. 그리고 1911년 1월 24일, 비밀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후 불과 일주일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인물이다.
고토쿠 슈스이 사후 100년을 맞아 최초의 한국어판 저작집이 출간됐다. 번역에만 4년이 넘게 걸린 이 저작집을 위해 옮긴이 임경화 박사는 희귀 자료를 찾아 몇 차례나 일본을 오가며 연설문과 신문 사설부터 저서까지 고토쿠 슈스이가 직접 쓴 글은 물론이고 고토쿠 사후에 그와 관련되어 나온 자료들도 모두 철저히 연구했다. 지난한 노력의 결과로 마침내 200자 원고지 2천 장에 이르는 번역 원고와 250여 개의 풍부한 주석이 완성되었다.
고토쿠 슈스이는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를 비판하고 제국주의 전쟁의 본질을 꿰뚫어본 정치 사상가였다. 그는 국경과 민족을 초월해 피지배 계급의 연대와 저항을 외친 국제주의의 주창자였고, 일제의 조선 병합을 비판한 양심적 지식인이었다. 1901년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며 일본 지성계에 혜성같이 등장하여 불과 10년 동안 동아시아 전역에 최초로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민족을 뛰어넘는 민중 연대를 주창한 혁명가의 치열했던 삶과 사상을 육성으로 만날 수 있다. 더불어 한'중'일 3국의 근대사에 끼친 영향과 그의 사상의 현재적 의미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박노자 교수의 한국어판 해제는 이 저작집의 의미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602쪽, 2만8천원.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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