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루 평균 42명꼴 자살…오늘 세계 자살 예방의 날

이달 3일 자살예방센터를 운영하는 '대구 생명의 전화'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한 손에 청산가리를 들고 있고, 목을 맬 밧줄도 준비해뒀다. 1시간 뒤에 목숨을 끊겠다"는 P(33'여) 씨의 마지막 호소였다.

"얼마 전 실직을 한 뒤부터 가족과 친구들이 자신을 자꾸 외면해요. 이 나이에 다시 취업을 하기도 힘들고 세상에서 내가 사라져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거예요." P씨가 울먹이며 심정을 털어놓자 상담사는 차분하게 P씨를 진정시켰다. 죽어야 할 이유 10가지와 살아야 할 이유 10가지를 생각해 보자며 대화를 유도했다.

상담사는 한동안 대화를 나누며 흥분을 가라앉힌 뒤 청산가리를 변기에 버리도록 권유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P씨는 마음을 고쳐먹었고,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보겠다"며 수화기를 내려놨다.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 자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을 줄여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자살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탓에 유족들이 받는 고통도 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이다.

자살로 인한 사망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는 1만5천566명으로 2009년에 비해 153명(1.0%)이 늘었다. 하루 평균 4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꼴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는 31.2명으로 2009년보다 0.5%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 자살률이 13.6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한국의 자살률은 28.1명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각했고, OECD 평균 자살률(11.3)보다도 148%나 높았다.

고령일수록 자살률이 높아져 노인들의 사회적 소외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80대 이상의 자살률은 123.3명으로 가장 높았고, 70대 83.5명, 60대 52.7명, 50대 40.1명 등의 순이었다.

시'도 간 비교를 위해 집계한 인구 10만 명당 연령표준화 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와 다름)은 대구의 경우 27.9명으로 전국 평균인 28.7명보다 다소 낮았지만 경북은 29.7명으로 평균보다 높았다.

대구 생명의 전화 관계자는 "한 해 자살로 인한 유가족이 9만2천 명에 이르지만 자살에 대한 사회적인 낙인 때문에 유족들은 슬픔을 내색할 수조차 없고 평생의 고통으로 남는다"며 "자살 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매일신문사와 사회복지법인 대구 생명의 전화는 24일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대구 도심을 걷는 '제4회 생명사랑 밤길걷기' 행사를 연다. 해 질 녘부터 동틀 때까지 걸으며 자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생명존중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취지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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