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고향집 안방은 모처럼 풍성하다. 차례 음식과 송편, 과일 등 갖가지 음식들이 상다리가 휠 정도로 그득하고 그 사이를 두고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는 친척들이 덕담을 주고받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서로 즐겁게 웃으며 명절을 보내는 것이 떠오르기 쉽다. 하지만 문제는 '말'이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식혜에 밥알 가라앉듯' 일순간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평소에 늘 하는 말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의 대화에는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한가위 때 자신은 어떤 유형인지 점검해 보고 해법을 찾아보자.
◆"이런 말 절대 안돼요" 조심해야 할 대화 유형
▷걱정형-걱정은 마음으로만
"너 나이도 다 찼는데…, 시집 안 가니? 적은 나이도 아니구…" "취직 했니? 아휴…, 요즘 취업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물론 걱정스럽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물어본 거지만 상대방에게는 '명절 스트레스'다. 말은 안 하지만 본인들은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걱정스러워도 마음으로만 담아두고 오히려 당사자들이 그 걱정을 잊고 명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그와 전혀 상관없는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부채질형-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워
"그러게 말야…, 시집을 왜 못 가는지 도대체가 모르겠네. 네가 학벌이 안 좋아, 집안에 안 좋아, 얼굴이 못생겼어? 네 엄마 좀 봐라. 피가 마른다, 피가 말러." "취직도 못 하고 있으면서 용돈은 꼬박꼬박 챙겨가니? 이렇게 빈둥거리면서 놀라고 그렇게 힘들게 공부시켰겠어? 어휴, 내가 다 속상하네."
이는 걱정형보다 한 술 더 뜨는 대화법이다. 어머니까지 들먹이며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가족의 심기까지 건드린다. 잔소리는 평소 가족들에게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주책형-편한 사람에게 말을 더 조심해야
"야, 넌 젊은 애가 살만 그렇게 쪄서 어떻게 하니." "니네 신랑은 피죽도 못 먹은 사람처럼 왜 저렇게 말랐니? 잘 좀 챙겨 먹여라."
혹시 열심히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이런 말을 듣는다면 그 충격으로 고칼로리의 명절 음식을 다 먹어버리고 몸매 만들기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또 보약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얼마나 보약 산 돈이 아까울까. 속상해서 더 살이 빠질 수도 있다. 친척이나 가족은 서로에게 편한 사람들이다. 그렇다 보면 보고 느끼는 그대로를 말로 표현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가까운 사람에게서 말로 상처를 많이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무심히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고 무심히 던진 말로 마음에 상처를 주는 주책형 대화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일수록 더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비교+자랑형-명절만은 팔불출이 되지 말아야
"요즘 애들은 너무 힘들게 공부하는 것 같아. 일찍 자라고 해도 우리 애는 새벽 2시까지 공부한다니까. 내가 같이 잠을 못 자요. 그렇게 열심히 해도 전교에서 겨우 5등 안에밖에 못 들어. 얘는 어때? 몇 등 해? 몇 시에 자?"
이런 대화를 하는 부모들도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아이들은 심한 열등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친척 간에 화목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심을 일으킬 수 있는 어른들의 무분별한 자식 자랑은 명절 대화 소재에서 가장 먼저 빠져야 할 요소이다. "이번에 우리 30평에서 45평으로 옮겼잖아. 그 집에 살림 채워 넣는다고 등골이 빠지는 줄 알았어. 자기네는 저번에 25평이라고 했잖아. 이사했나?" 물론 이런 자기자랑도 삼가야 한다.
◆'情 쌓이는 대화법3' 이렇게 해보세요
1.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찾기
친척들이 둘러앉아 다과라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할 때 과연 누가 먼저 어떤 말로 대화의 장을 여는가. 대부분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을 타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눈에 보이는 것이 가장 소재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조심해야 하는 대화 형태로 흐를 수 있다. 그런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서로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던져보자. "영희는 요즘 뭐하니? 취직 알아보고 있어"라는 질문보다는 "건강에 좋은 비법 있으면 이야기 좀 해봐요. 영희가 요즘 얼굴 좋아졌네. 비법이 뭐야"라는 식의 건강에 관한 이야기나 "요즘 ○○ 드라마 보는 사람? 드라마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 등의 서로 웃으며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감의 대화로 편안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2. 상대가 스스로 말하도록 대화의 장 만들기
오랜만에 만났는데 근황이 당연히 궁금할 것이다. 그렇다면 본인이 스스로 말을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관심도 체크 질문이 필요하다. "취직 아직 안 했냐"라기보다는 "지금 하고 있는 건 어때"나 "요즘 어때"라는 질문으로 일단 상대방 대화의 관심도를 체크하는 것이다. 무성의하게 대답하면 더 이상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신호로 알아차리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심도 체크 질문에 상대가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면 계속해서 이야기를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너 남자 친구는 있냐? 만나는 남자는 있어?"라기보다는 "요즘 재미있는 일 없어? 요즘 어때?"라고 질문을 던져 반응을 보는 것이다. 이때 약간의 짜증과 함께 피한다면 당연히 남자친구가 없다는 신호로 간주하고 주제를 바꿔서 대화를 시도하고 살짝 미소를 지으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센스 있는 대화법이다.
3.놀이로 대화의 소재 찾기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질 수 있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무기가 바로 가족 앨범이다. 예전의 앨범도 좋고 그동안 보지 못한 사진들도 좋다. 물론 요즘은 앨범을 소장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예전 어른들의 앨범은 가정마다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앨범을 꺼내 한 장씩 넘기며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대화 소재가 된다. 가족 간에 서로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게임을 해도 좋다. 부부 간 애정도를 알아보는 커플 퀴즈로 부부에게 서로 질문을 주고 답은 각자 따로 작성하게 하여 얼마나 맞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 키스 장소나 서로의 칫솔 색깔, 오늘 입고 있는 속옷 색깔 등의 문제를 서로 확인해보면서 가족 간에 관심도를 높이자. 오답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다. 또한 스피드 퀴즈는 아이들과 어른이 한 조가 돼 아이가 문제 내고 어른이 맞히는 형식이나 반대로 하게 되면 세대 차이에서 느껴지는 표현들이 재미를 만들어내고 끝나고 나면 서로 대화할 소재가 많이 생겨나게 된다. 이 밖에 흔한 윷놀이 등을 하면서 분위기를 편안하게 한 다음 대화로 잇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공감소통전문가 박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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