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현 대구 서구청장이 14일 돌연 사퇴했다. 예전부터 그의 총선 출마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12월 중 사퇴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한 탓에 구청 간부들은 물론 주민들까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계기사 3면
서 구청장은 14일 오전 간부 회의 때 사퇴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국장단과 부구청장 등 간부들과 함께한 점심식사 자리에서 이태훈 부구청장에게 사직서를 건넸다.
서 구청장은 사퇴 당일까지 구청 간부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을 만큼 비밀리에 사퇴를 준비했다. 이 때문에 뒤늦게 구청장의 사퇴 소식을 접한 총무과 직원들은 이날 오후 5시 퇴임식에 사용할 플래카드를 부랴부랴 제작하는 등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태훈 부구청장은 "14일은 구청장 생일이기 때문에 원래 구청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구청장이 생일날 이런 발표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터라 사퇴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갑작스런 사퇴를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서 구청장은 사퇴 직후 "총선 출마와 이마트 비산점 도매업 전환, 서부시장 재개발 등에 책임을 느끼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인사청탁 대가 명목으로 금품을 받았으며 검찰 수사 시작 전에 '현직 구청장 옷'을 벗으려 한다는 소문이 구청 직원들 사이에서 돌고 있었다.
이에 대해 서 구청장은 "(인사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빨리 후임자가 나와서 구정을 돌보는 것이 우리 서구 주민들을 덜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일축했다.
이와 함께 열악한 서구 재정 상황을 잘 아는 서구청장이 재'보궐 선거 비용만 구에 부담시키고 떠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재'보궐 선거를 치르는 데 들어간 비용은 총 5억6천500만원. 서 구청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내달 26일 있을 재'보궐 선거에도 비슷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김명혜 서구의회 부의장은 "현재 서구청에 남아있는 예비비는 2억원밖에 안돼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 손을 벌려야 한다"며 "구청장이 갑자기 사퇴를 하면서 구청이 선거비용 부담까지 떠안게 돼 무척 유감"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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