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 좋은 곳엔 꼭 있다!…부동산의 '꽃' 커피전문점

대구만 600여곳 영업…보증금 비싼 땅이라도… 주부들 종일 모임장소

대구 수성구 두산동 수성못 동편은 올 들어 커피전문점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커피전문점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수성구 두산동 수성못 동편은 올 들어 커피전문점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커피전문점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수성구 두산동 수성못 동편.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로도 잘 알려진 이곳은 지난해까지 주당들의 발길로 자정을 넘은 시각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곳. 그러나 이곳의 분위기는 올 들어 180도 바뀌면서 낮시간부터 붐빈다. 이곳 100m 남짓한 구역 안에 커피전문점 5개가 몰리면서부터다.

#달서구 지역 최대 주상복합 아파트인 감삼동 월드마크웨스트엔드 상가는 커피전문점의 메카로 떠올랐다. 944가구로 구성된 단지 내 상가에 커피전문점만 이미 4개 들어서 있다. 이곳 상가 분양사무실 관계자는 "유력 커피전문점들의 분양 문의가 이어지고 계약 직전까지 와있는 곳도 있다. 최대 10개까지 이곳에 들어설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커피전문점이 부동산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1970, 80년대 '다방은 지하'로 인식됐지만 최근 들어 커피가 단순한 기호식품에서 '문화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유동인구가 많고 눈에 잘 띄는 곳을 선점하고 있다.

특히 상가 목이 좋다는 곳은 다른 업종을 밀어내고 일순위로 자리 잡으면서 잘 나가는 상권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입주가 시작된 대구 수성구 두산동 수성SK리더스뷰 상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입주가 진행 중이지만 이곳 상가 역시 커피전문점이 4개 들어서 있다. 바로 인접한 주상복합 아파트인 대우트럼프월드에 이미 들어선 커피전문점과 합치면 10개나 된다.

부동산 업소 관계자는 "유동 인구가 많은 주상복합 1층 상가는 매매 가격이 3.3㎡(1평)당 2천만원이 넘는다. 예전 같으면 커피점이 이런 곳에 들어선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현재도 많지만 주변 상가에 커피전문점을 내려는 문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유동 인구가 많아 목이 괜찮다는 커피전문점의 임차 비용은 최소 월 300만원에 보증금 5천만원을 뛰어넘는다. 기본 인테리어 비용 등을 감안하면 최소 1억원 이상 들어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창업.

그러나 커피 전문점은 계속 늘고 있다. 대구에 유독 커피 프랜차이즈의 본사가 많고 생활 패턴 변화로 커피 전문점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이유다. 대구 토종 프랜차이즈인 슬립리스 인 시애틀의 경우 올 들어 지역에서 매장이 7개 늘면서 87개, 다빈치는 지난해 62개에서 현재 71개, 핸즈커피는 28개에서 31개로 늘었다.

대구에서 문을 연 커피전문점은 지난해 500개에서 올해를 지나면 600개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 등 중산층 이상이 몰린 곳은 주부들이 일과의 시작을 커피전문점에서 시작하며 웬만한 모임도 커피전문점에서 하기 때문에 수요도 계속 늘고 있다.

이진우 부동산114 대구지사장은 "과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아파트 상가의 경우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커피숍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주상복합아파트 등 대형 단지에는 보증금과 월세에 상관없이 어김없이 들어선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내로라하는 커피전문점들의 알짜 부지 선점은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왔다.

다국적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의 경우 대구에 있는 15개 매장 중 5개가 공시지가가 높은 대구 중구 동성로 주변에 집중돼 있다. 이곳의 공시지가는 3.3㎡당 2천~3천만원. 올해 전국에서 최고 공시지가를 기록한 곳도 커피전문점으로 활용됐었다.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24의 2번지는 올해 공시지가가 3.3㎡당 2억원을 넘었다.

대구에 최다 커피전문점 매장을 갖고 있는 슬립리스 인 시애틀의 이상혁 대표는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와이파이존 등 첨단 휴게 시설을 갖춘 커피전문점 팽창은 전국적 현상"이라며 "가맹점들이 알짜 부지를 골라 고객들에게 더 다가가기 때문에 주요 목 선점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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