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름통] 명절 극장가 주름잡던 성룡 영화

'성룡=명절 연휴'라는 공식은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있다.

성룡이 출연한 영화가 거의 대부분 추석이나 설 연휴에 개봉됐기 때문이다. 예전 단관시절에는 영화 프린트 벌수 제한이 있어, 지역마다 한 극장에서만 상영됐는데 대구의 경우 대부분 한일극장이었다. 성룡 영화의 입장권을 사기 위해 선 줄이 대구백화점까지 길게 늘어서는 진풍경이 명절 때마다 이어졌다.

성룡 영화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코믹영화라는 점일 것이다. 예전에 영화관은 가족 친지들이 함께 가는 유일한 문화공간이었다. 특히 명절에는 차례를 지낸 후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함께 가는 극장 나들이가 인기였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성룡 영화만 한 것이 없었다.

코믹함에 액션을 가미해 볼거리 많았던 것도 성룡 영화의 매력. 그가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액션을 펼치는 바람에 관객들은 더욱 스크린에 빠져들었다. 짜릿한 액션과 즐거운 웃음, 거기에 긍정적인 해피엔딩은 명절의 넉넉함과 함께 우리를 즐겁게 했다.

극장에서 성룡 영화가 사라진 후에도 안방극장에는 빠지지 않고 성룡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상파 3사에서도 그의 영화를 편성하지 않고 있다. 올해 추석에는 어느 매체에도 성룡이 없었다.

그동안 성룡 영화를 대신하는 것이 고만고만한 한국 코미디영화였다. 올해는 이달 7일 개봉한 '가문의 영화4:가문의 수난'이 누적 관객수는 149만9천227명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는 극장의 흥행몰이와 반대로 평점은 역대 최저였다. 포털사이트의 네티즌 평점이 3, 4점이 고작이다. 흥행에 성공한 대부분 영화가 7~9점대를 기록하는 것과는 판이하다. 평단에서도 혹평을 받았지만, 흥행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올 추석에는 두드러지는 작품이 없었던 점도 있지만, "역시 명절엔 코미디 영화"라는 흥행공식에 따른 것이 주효했다.

'취권'(1979년'사진)을 시작으로 '용소야'(1982년), '오복성'(1983년), '쾌찬차'(1984년), '프로젝트A'(1984년), '용적심'(1985년), '용형호제'(1987년), '폴리스 스토리'(1988년)를 이어오면서 10년 동안 성룡 영화가 극장가를 주름잡았다. 그 이후 10년 동안도 명맥을 유지했다.

억지웃음으로 코믹함을 쥐어짜는 B급 영화를 보면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성룡의 넉넉한 이미지가 가미된 그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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