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정국과 차기 대선구도를 뒤흔들고 있는 야권의 주요 인사다. 여기에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잠재력을 갖춘 인물이다.
차기 대권주자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교수와 문재인 이사장의 지지율 합계는 무려 40%를 넘기도 한다. 이는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에 대한 지지율보다 10% 정도 높다. 더불어 안 교수로부터 양보를 얻어낸 박 변호사 역시 서울시장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1위로 급부상했다. 김 지사 역시 언제라도 야권에서 '인물'로 부상할 조건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정국의 핵으로 부상한 이들 네 사람은 모두 부산'경남(PK)이 고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안 교수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고를 졸업했고, 박 변호사와 문 이사장은 각각 경남 창녕과 거제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경남고를 졸업했다. 김 지사는 남해 토박이다. '이장부터 장관을 거쳐 도지사까지'라는 신화의 주인공이다.
정치권에선 네 사람의 돌풍에 힘입어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PK가 승패를 가를 최대 접전지역이 될 것이란 섣부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같은 영남권이면서 대구경북(TK) 지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TK와 PK의 다른 정치적 구도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먼저 대구경북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라는 여권의 유력 주자가 있기 때문에 박 전 대표에 대한 강한 지지도가 흔들리지 않으면서 야당 지지 성향이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물부재론도 박 전 대표의 존재가 워낙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꾸준하게 30% 이상의 지지율을 보여 온 유력한 여권 대선주자를 보유한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TK에서는 박 전 대표 이후를 이을 만한 '포스트(post) 박근혜'를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PK가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새로운 거물급 인사들을 대거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PK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들어냈고, 다시 문 이사장은 물론이고 김 지사 등 차기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재목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어 총선과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야도(野都)의 명맥' 차원에서도 부산과 대구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부산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3당 합당에 참여했던 1990년까지 야당 지지세를 보인 도시였던 반면 대구는 1973년 제9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부터 야당 성향에서 여당 성향으로 돌아섰다. PK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근까지 야당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야당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남아 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에 반대하며 야당으로 남은 '부산 사나이'들이 적지 않았고 이들이 나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드는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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