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을, 추억에 잠들다] 추억 여행 명소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그리움이 왈칵

◆삼포쌈밥

경주 대릉원 인근 삼포쌈밥. 쌈밥집으로 웬 추억여행(?). 하지만 식당 내에 빼곡히 들어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옛날 물건을 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진다. 흡사 박물관을 옮겨놓은 듯하다.

먼저 고풍스런 대문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쌀독, 절구통, 탈곡기, 닭장, 새끼 꼬는 기구, 가마 짜는 기구, 풍로, 논매는 기구, 족제비 잡는 틀, 다리미, 담뱃대…. 식당 입구부터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농지분배 통지서, 호적등본, 이력서, 부동산 매도 증서 등 1950년대 빛바랜 문서들은 지난 세월을 웅변하고 있다. 특히 '1955년 식물채집'은 초등학교 시절 방학숙제로 곤충과 식물을 채집했던 아련한 기억을 되살렸다. 지난 시절 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던 '아이스케키 통'과 손으로 돌려 얼음을 가는 빛바랜 빙설기계를 보는 것은 반가움보다 그리움이 앞선다.

이것이 전부일까(?)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점입가경이다. '빛바랜 고서와 교과서, 전국 각 지역 기념담배, 옷장, 베개, 색동저고리, 각종 우표, 호롱불, 6'25 당시 피란 가방, 마름쇠, 풍구, 똬리, 주름카메라, 세계 각국 돈, 우리나라 옛날 화폐, 축음기….' 이름조차 모를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옛날 물품들이 식당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친구와 함께 경주 나들이를 왔다 이곳에 들른 손현주(55·여·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씨는 "정갈하고 구수한 쌈밥뿐만 아니라 식당에 가득 찬 옛날 물건을 보며 추억에 젖는다"고 말했다.

주인 조남숙(60) 씨는 지금은 작고한 남편이 50여 년간 수집한 것으로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 자신도 모른다고 한다.

'옛날 수학여행 때 와 보고 아들이랑 같이 다시 왔어요! 비올 때 함께한 여행이지만 너무 즐거웠고 옛 추억도 새록새록… 다음에 올 땐 더 많은 기억이 함께하겠네요. 2006. 8. 18.' 이곳의 추억여행을 다녀간 손님들의 글이 식당 벽면을 도배하고 있다. 054)749-5776.

◆'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

강원도 정선에 가면 '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에 들러 지난 추억의 향기를 맡아 보자. 옛날 분교를 손질해서 아담한 추억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에는 민요자료 1천325점, 고문서'고서 1천332점, 교육 자료 2천820점, 근현대사 자료 2천935점, 광업 자료 159점, 서화 116점 등 모두 1만4천여 점의 자료가 소장돼 있다.

작은 학교 건물에 조성된 박물관 안으로 들어서니 따뜻한 빛깔의 주황색 조명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의 고문서, 교육 자료, 장난감, 전쟁 자료, 생활 자료, 희귀사진 등 엄청난 자료들이 코끝 찡한 옛 시절의 향수 속으로 이끈다. 누구나 추억 속에서 그동안 잊고 살아온 자신을 되찾게 된다.

추억의 박물관 입장권은 마을 가게에서 받는 '동그란 딱지'다. 조동리와 방제리 가게나 식당, 떡볶이집, 문구점 등에서 2천원어치의 물건을 사면 동그란 딱지를 주는데 이것이 입장권이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방제1리 162 정선아리랑학교. 매주 월'화요일 휴관, 입장료 1천원(신동읍 지역에서 2천원 이상 물건 구매 시 입장권 딱지 배부), 033)378-7856.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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